파리에 가면 평소 미술품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던지 관심이 없던 사람이던지 불문하고 꼭 찾는 명소가 루브르 박물관이 아닐까싶습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고 합니다. 루이 14세가 파리를 떠나 베르사유로 천도를 하면서 루브르는 왕궁으로의 역할은 끝났고 한때는 정부에서 철거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피폐해지기도 했지만 프랑스 대혁명 이후 왕실의 소장품을 시민에게 공개하기로 하면서 루브르는 박물관으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소장한 작품 수가 44만여 점에 이르고 전시된 작품 수는 대략 3만 5천 점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부 소장 미술품의 유입 경로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소장 미술품의 규모나 가치를 따지면 과연 세계 최고의 박물관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든 소장품을 제대로 관람하는데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던데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단한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으니 부러워집니다. <오후 네 시의 루브르>는 파리에서 30년 가까이 거주하며 루브르를 '내 인생의 보물창고'라고 부르는 저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중인 미술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른 여덟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품의 특징과 성향, 화가의 이야기들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른 여덟 작품이 중심이 되긴하지만 연관이 있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도 곁들여서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풍부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초상화와 함께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부분도 작품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피사넬로의 <젊은 공주의 초상>을 살펴볼때는 그림의 주인공인 공주로 추정되는 인물을 설명해주고 공주의 인생을 되짚어가며 그림에서 묻어나는 슬픔을 짐작케 해줍니다. 사람의 인품이나 성격까지 짐작케하는 초상화들을 살펴보고 당시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살펴봅니다. 종교화, 풍경화를 거쳐 에로티시즘이 느껴지는 작품들까지 차례차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처음에 작품을 볼 때는 알지 못했던 부분도 설명을 듣고 다시 들여다보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기회가 닿아 파리에 간다면 이 책을 꼭 챙겨 가야겠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을 찾기 전에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보고 직접 작품을 본다면 그 감동은 배가 될테니 말이죠. 루브르에 가지 못하는 동안은 이 책을 뒤적이며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