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힘든 현실

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소설, 영화는 많이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전쟁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합니다. 단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말 속에 담겨져 있는 아픔과 슬픔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한 명, 한 명은 나와 똑같은 가족이 있고 꿈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란걸 잊었던것 같습니다. 전쟁에서 원치않은 죽음을 맞아야했던 그들은 얼마나 원통하고 가슴이 아팠을까요. 두고 온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싶었을까요.

 

그간 여러편의 소설을 써낸 이재익씨가 이번엔 그렇게 억울하게 스러져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독일군 군복을 입은 한국남자의 사진 한 장, 그 남자의 이야기는 SBS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다큐로 만들어졌고 또 영화로 제작중에 있습니다. 다큐와 영화를 만나기 전에 그 남자의 이야기를 이재익씨의 소설로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독일군의 군복을 입고 사진 속에 남게 되었을까요.

 

대장장이로 일하고 있는 김길수는 아들 건우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길수의 가슴에는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 아내에 대한 원망이 자리잡고 있긴하지만 아들 건우에 대한 사랑은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건우의 생일, 건우에게 줄 피리를 완성해서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가던 길수는 일본군 징집 트럭에 억지로 태워지게 됩니다. 길수와 아들 건우의 기나긴 이별이 시작됩니다. 길수는 일본군에 합류하게 되고 참혹한 대우를 아들을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참아냅니다.

 

일본군으로 지독한 처우를 받으며 전쟁을 치르다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히고 소련군으로 싸우다 독일군에게 잡혀 독일군의 군복을 입는 기구한 운명을 사는 김길수. 영화로 만든다해도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 정도인 그의 인생은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는게 놀랍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는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아들 건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의 남은 인생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길>을 읽으면서 다큐 <노르망디의 코리안>이 보고싶어졌습니다. 현실에서의 '김길수'를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고난과 역경의 순간에도 아버지의 길을 묵묵히 걸었을 우리의 수많은 '김길수'에게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전쟁과 고통이 없는 곳에서 편안하시기를....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