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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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랑이를 좋아합니다. 호랑이의 날렵한 몸짓, 묵직한 발걸음도 멋지고 강렬한 눈빛도 멋지고 그들의 고독한 습성 또한 멋지게 보입니다. 호랑이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데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에게는 야생의 모습이 많이 지워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를 마주하고 있으면 그들의 강렬함에 압도되고 맙니다. 그와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빈 공간이 있고 철망이 있음에도 온 몸이 굳어버리는데 깊은 산 속에서 만나면 어떨지 상상이 안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산에서 호랑이를 만날 수는 없겠지요.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은 20년 간 자연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박수용씨의 <시베리아 호랑이 - 3代의 죽음>이란 다큐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다큐는 프랑스 '쥘 베른 영화제' 관객상, '블라디보스토크 국제 영화제' 특별상 'AMBA'를 수상했고 러시아의 푸틴 총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최한 '세계 호랑이 보호를 위한 정상 회담'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답니다. 우수리의 암호랑이 '블러드 메리'와 그녀의 아들과 딸인 월백, 설백, 천지백... 월백과 설백의 새끼까지 3대 호랑이의 흔적을 담았습니다.

 

주위를 매우 경계하며 영리한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몇 개월에 걸쳐 호랑이의 흔적과 이동경로등을 조사하고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6개월간의 기나긴 잠복을 하며 호랑이를 기다립니다. 이 책은 2년에 걸친 조사와 잠복, 블러드 메리 일가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담고 있습니다. 사슴이나 멧돼지를 사냥할 때 주변을 온통 피투성이로 만든다고 해서 '블러드 메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블러드 메리는 우수리 지역에서 가장 강한 수컷인 왕대 '하쟈인'의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찬밥 덩어리를 녹여 먹으며 기다리던 저자 앞에 블러드 메리의 가족이 모습을 드러냈을때는 나도 같이 마음이 쿵쾅거렸습니다. 그들은 어찌나 영리한지 저자가 몸을 숨기고 있는 비트를 수상하게 여기고 공격하기도 합니다. 블러드 메리의 새끼들이 독립해서 새끼를 낳아 키우는 모습도 목격합니다. 하지만 블러드 메리 가족에게는 슬픈 일들이 생기고 맙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야생의 동물들에게 어떤 참혹한 짓을 저지르는지 생생하게 목격하게 됩니다. 블러드 메리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야생의 그들을 그곳에서 편히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못하는게 더욱 미안해집니다.

 

평소에 자연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데 이 책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더 실감나고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편의 다큐를 만들기 위해 처절한 고독과 싸우는 저자의 모습은 호랑이와 닮아보였습니다. 자신이 하고픈 일을 위해서 자연을 지켜보는 객체가 아니라 자연과 한 몸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은 크나큰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앞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그만 멈추기를 빌고 또 빌어봅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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