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있어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요. 아들에게 있어 아버지의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겠지요. 나의 아빠를 떠올리면 맨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어색함'입니다. 아빠와 어색하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좀 우습네요. 아빠가 워낙 무뚝뚝한 성격인데다 나도 애교 넘치는 딸이 못되는터라 아빠와 있으면 조용한 정적이 흐릅니다. 엄마와는 친구처럼 지내는데 아빠와는 그러지 못하는게 아쉽기도하고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아빠들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이 만들고 친구처럼 어울리는 아빠도 많다지만 우리 또래의 아빠들은 우리 아빠같은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엔 일보다 가정이 우선이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들은 젊어서는 열심히 일하느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없고 나이가 들어 시간이 있을 때는 가족들이 아버지의 부재에 익숙해져버리고 만 뒤라 가정 안에 아버지의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아빠도 그렇습니다. 자식들을 무섭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살가운 애정표현은 전혀 해본적이 없고 대화 몇 마디 하고나면 더이상 나눌 얘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빠와 사이좋은 딸들을 보면 부러워집니다.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에 등장하는 아버지도 그렇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아버지는 무섭고 인색했던 아버지로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발견된 일기장은 소각될 운명이었으나 어머니가 수습해서 벽장 속에 보관해 두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일기장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고 세월은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창업을 하고 결혼도 합니다. 창업을 한 후 10년 남짓의 세월이 흐른 뒤 저자는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무기력함에 빠집니다. 그 때 떠올린게 '아버지라면 이럴 때 과연 어떻게 했을까?' 였답니다. 고향집 벽장 속에 있던 아버지의 일기장은 그런 계기로 저자에게 읽혀집니다. 일기장 속의 아버지는 그동안 저자가 알고 있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빈틈없이 무섭고 엄하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 할머니, 어머니, 아내와 다섯명의 아이들까지 아홉 명의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에 고민하던 아버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가장으로써의 아버지, 자신의 몸이 편치 못해 농사일을 뜻대로 못하는 미안함을 내보이는 아버지, 자식들의 소소한 일들에 즐거워 하시고 노여워하는 아버지, 스스로를 깊이 반성하는 아버지. 일기장 속의 아버지는 저자가 알던 아버지와는 달랐지만 자신의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걸 깨닫습니다.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를 읽는 동안 아빠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걸까. 무뚝뚝하기만 한 모습 뒤에 다른 모습이 감춰져 있는걸까. 나는 그저 아빠가 무뚝뚝함을 탓하고만 있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빠에게 내가 먼저 한걸음 다가가 봐야겠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던 친구를 떠올리며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내가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빠.... 기다려줘...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