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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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경을 하는 딸아이에게 아빠와 엄마가 케익을 켜고 축하를 해주는 일이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생리대 광고를 방송에서 볼 수 없었는데 요즘은 생리대 광고를 텔레비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월경에 대한 의식이 많이 오픈되어졌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초경을 했을 때는 이미 월경에 대한 지식은 갖고 있던터라 죽을병에 걸렸다고 울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엄마와 조용히 처리를 하고 말았지 가족의 축하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만해도 월경은 비밀스러운 일이었고 감춰야할 일로 여겨졌으니까요. 얼마전 조카가 초경을 시작했을 때 온가족이 축하를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라가치 대상을 수상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라가치 대상 수상작인 <마음의 집>을 비롯해서 책의 양쪽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파란 막대/ 파란 상자>,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의 의미를 짚어주던 <두사람>, 발가락으로 무한한 상상을 펼쳐보이는 <발가락> 등등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을 많이 만났습니다. 깊은 사유를 던지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이 보기에도 충분한 깊이가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초경을 맞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자아이의 왕국>을 만났습니다.

 

특별한 날을 맞이한 여자아이는 자기 왕국의 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날이 즐겁지 않고 왕국의 지도에서 세찬 강줄기, 아무렇게나 떨어지는 폭포, 폭발하는 화산들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여자아이는 서서히 왕국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되고 왕국의 지도에서 햇볕이 잘 드는 강가, 따뜻한 호수도 발견하게 됩니다. 여자아이는 자신이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여왕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여자아이의 왕국>은 초경을 맞아 서툴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의 여자아이가 점차 자기자신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서툴고 불안했던 나의 그때가 떠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익숙해지고 여자로서 뿌듯함을 점차 느껴가던 나의 마음도 떠올랐습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답게 생각할거리가 많았습니다. 나에게 딸이 생긴다면 꼭 끌어안고 <여자아이의 왕국>을 천천히 읽어주고 싶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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