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 명문가 고택 편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3
이용재.이화영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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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건재 고택이 경매에 나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건재 고택은 조선후기 성리학자인 외암 이건의 생가로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한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의 상징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예정이고 정원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건재 고택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경매에 나오기까지의 사연은 뒤로하더라도 고택의 관리를 맡았던 저축은행이 별장처럼 사용하고 술판을 벌여 주민들과 마차 빚었다는 이야기는 혀를 차게 만듭니다.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에도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 고택이 종종 등장합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많이 손상되고 잃어버린 문화유산들을 더 늦기전에 지금에라도 나라에서 보수, 관리해서 후손들에게 전해줘야하는데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미처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건 가슴 아픈 일입니다. 고택들은 이미 개인의 재산을 넘은 문화재인데 언제까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넘길건지..... 그래도 에전에 비하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걸 위안삼아 봅니다.

 

이 책은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의 세 번째로 이색박물관편, 건축과 김원편에 이은 명문가 고택편입니다. 저자가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평론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터라 고택을 소개하는데 건축학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가가 고택을 안내해줍니다. 고택의 주인인 선비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재미있게 풀어 이야기해주고 고택을 지키고 있는 후손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들려줍니다.

 

단순히 오래된 집이라서 고택이 아니라 꼿꼿한 선비정신으로 그 집을 채워왔기에 고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곳에서 마음을 비우고 한량이 되어 며칠만이라도 빈둥거려보면 선현의 숨결과 속삭임에서 길을 찾게 될거라 말합니다. 한량이란 지금은 안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는 '학문은 있으나 현실에 나가지 않는 선비'를 뜻한다고 하니 한량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고택이라고 하면 외떨어진 곳에만 있을것 같았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도 많더군요. 날이 좀더 서늘해지면 고택을 찾아가 한량처럼 빈둥거려 봐야겠습니다. 고고한 선비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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