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스트 ㅣ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북유럽 작가들의 약진에 힘입어 또 한권의 북유럽 작가의 미스터리가 등장했습니다. 두 명의 작가가 공동집필을 했는데 그 이력이 남다릅니다. 버리에 헬스트럼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경험하고 술과 약에 취해 두 번에 걸쳐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는데 출소 한 후 과거를 청산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KRIS를 설립합니다. 스웨덴 국영방송 사회부 기자였던 안데슈 루슬룬드는 교도소에 관한 다큐를 제작하던 중에 헬스트럼을 만나 이 책 <비스트>를 공동집필하게 됩니다. 남다른 경험을 한 작가들이라 그런지 <비스트>는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짐승만도 못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스트>를 읽다보면 그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 같으니라고'하고 중얼거리면서 책장을 그만 덮고 싶은 부분이 등장합니다. 뒤에 실려 있는 역자의 말에 의하면 반복되는 잔혹한 묘사와 욕설은 덜어낸것이라는데 충분히 눈을 감고 싶을만큼 잔혹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짐승만도 못한 범죄자와 그를 단죄하려는 피해자의 가족... 그리고 그와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짜여진 얼개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지만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대할때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보통의 범죄를 맞닥뜨렸을 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보통 범죄의 대상이 힘 없는 여성이나 아이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의 경우엔 정말 치를 떨게 만듭니다. 대체 그들의 마음엔 어떤 비뚤어진 욕망이 있기에 그런 짓을 저지르는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집니다.
<비스트>에는 짐승만도 못한 아동 성범죄자가 등장합니다.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연쇄성폭행범 룬드가 병원으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탈주를 합니다. 이혼 한 후 딸 아이 마리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는 프레드리크는 룬드의 탈주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공황상태에 빠집니다. 화면 속의 그 남자는 마리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유치원 앞에서 마주쳤던 남자였기 때문이죠. 프레드리크는 미친듯이 유치원으로 달려가지만 마리는 행방불명 상태였고 대대적인 수사를 펼치지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옵니다.
프레드리크는 룬드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거란 형사의 얘기를 듣고 자신이 그를 단죄할것을 결심합니다. 장인이 남겨 둔 엽총을 찾아 들고 룬드의 행적을 찾아 그를 쫓고 마침내 또다른 범행대상을 찾아 감시하고 있는 룬드를 발견합니다. 그는 룬드에게 총을 겨눠 목숨을 빼앗고 체포됩니다. 그가 저지른 살인을 옹호하는 무리와 그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려는 검사 사이에서 날카로운 대립이 일어나고 이야기는 앞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범죄 피해자 가족이 겪는 2차 피해에 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미비합니다. 법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개인이 단죄하는것에 대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만일, 생각하기도 싫지만 내가 프레드리크의 입장이라면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느쪽으로도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 사회에서 끔찍한 범죄가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