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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뉴욕
이숙명 지음 / 시공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중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와 그런 얘기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한국 교민들과 만나면 사적인 얘기들을 꼬치꼬치 캐물어 너무 싫다구요. 한국에서도 그런 시선과 관심들이 싫었는데 그곳까지 가서 그런 관심과 참견을 듣는게 너무 싫어 한국 교민과는 잘 만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외국에서 살아 본 적은 없지만 몹시도 공감하는 얘기였습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어찌나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이 많은지.... 서른이 훌쩍 넘은, 능력도 없는 싱글로 살아가자면 시달려야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생각해 보니 서른을 넘기 전부터 수많은 질문과 시선들에 시달렸던 같습니다. 공부는 잘 하냐, 취직은 했냐, 애인은 있냐, 결혼은 안하냐 등등. 정말 나를 걱정하는 분들도 간혹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하시는 말씀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하는 말들이지만 듣는 사람에겐 스트레스가 되고맙니다. 결혼 한 친구들 말로는 결혼 하고도 끝이 나지 않는답니다. 결혼하면 아기는 안갖냐, 아기 한 명 낳고 나면 둘째는 안갖냐, 하나는 외롭다.... 끝이 없습니다.
간혹 그런 시선들에 자유롭고 싶어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막상 외국에 가서 뭐해먹고 사나 하는 생각에 닿으면 그런 생각은 꼬리를 감추고 말지만 이민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달에서 몇 년 정도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곤합니다. 실행에 옮길 용기가 아직 없는건지, 아니면 아직은 버틸만 한건지 여전히 서울 하늘 아래서 눈총 받으며 살고 있지만 용기있게 낯선 나라로 떠난 사람들의 얘기를 읽는 것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어쨌거나, 뉴욕>은 패션지 에디터로 전투적으로 일하던 저자가 어느날 사표를 던지고 뉴욕으로 훌쩍 떠나서 겪은 좌충우돌 뉴욕 스토리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가 처음에는 런던으로 떠날 작정이었다는 겁니다. 영어 공부하고, 맥주 마시고, 클럽 가고, 축구 보고, 밴드 쫓아다니며 한 1년 그렇게 살려고 런던으로 떠나려 했지만 비자가 거절되는 바람에 급히 뉴욕으로 행선지를 바꿉니다. 런던이냐 뉴욕이냐 보다 한국이냐 아니냐가 중요했다던 그녀는 그렇게 뉴욕으로 떠납니다.
뉴욕에서의 시작은 그리 순조롭지 않습니다. 집을 구하던 그녀는 사기(?)를 당해 미국 법정에 서는 경험도 하게되고 비싼 집세와 형편없는 주거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구경하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클럽 문화를 경험하기도 하면서 뉴욕의 매력에 조금씩 젖어갑니다.
뉴욕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적은 이 책은 쉬엄쉬엄 읽기에 좋습니다. 살짝 과격한 유머를 구사하는 것도 그렇고 '~척'하지 않는 모습도 공감이 갔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뉴욕에 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워낙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두통이 오는 스타일이라 뉴욕 보다는 한적한 소도시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뉴욕을 경험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뉴욕에 가게 된다면 그녀의 행적을 참고 삼아 알찬 여행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