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무슨 상 수상작이라는 말은 언제나 나를 혹하게 합니다. <유령>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리니지 게임에 중독된 탈북자의 이야기라는 소재의 독특함에 이끌려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김별아의 <미실>을 시작으로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임성순의 <컨설턴트> 등등 제법 챙겨 읽었고 나름의 믿음도 갖고 있던터라 <유령>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컸습니다. 게임 속 아이템을 현실에서 수백만원을 주고 거래를 한다던가 게임 속에서 만난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 살해를 하는 사건, 게임에 중독되어 오랜 시간 동안 게임만 계속하다가 사망하는 사건 등 게임에 관한 사회문제는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복잡하게 머리 쓰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단순한 게임만을 즐기기에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접해 보지 못했습니다. 무언가에 한 번 빠지면 몰입하는 성격을 알기에 굳이 그런 게임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습니다. <유령>의 주인공 하림은 리니지 게임 속에서 독재자에 대항해 해방혁명을 주도한 영웅 '쿠사나기'지만 현실에선 특별한 직업도 없이 조직폭력배에게 쫓기고 간간히 삐끼일을 하며 연명해 가고 있는 별볼일 없는 남자입니다. 시간 관념도 없이 끼니도 거러가며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하림은 병원에 실려가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옵니다. 그 사이 하림이 살고 있는 동네의 백석공원에서 훼손된 사체의 일부가 발견되고 하림은 용의자로 조사를 받게 됩니다. 백석공원 주변에는 탈북자들이 많이 모여살고 있는데 얼마전에는 백석공원에서 탈북자 한 사람이 자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사체의 일부가 연달아 발견되면서 동네는 뒤숭숭해집니다. 하림은 발견된 사체의 일부를 보면서 리니지 게임 속에서 만났던 '피멍'이라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피멍'이 게임 속에서 벌였던 살인 방법과 유사한 부분을 훼손된 사체에서 발견했기 때문이죠. 그런 한편 현실과 게임 속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신이 벌인 일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합니다.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아쉬움도 크게 남았습니다. 소재의 독특함을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맛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사정도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게임에 중독된 남자의 경계가 모호한 정신 상태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리니지 게임이 낯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에서는 멋지게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