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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는 여자 ㅣ 2030 취향공감 프로젝트 3
박정호 글 그림 / 나무수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교 1학년때 약속 펑크 낸 친구가 괘씸해서 '나도 혼자 갈 수 있다구!!!!'하는 반발심으로 혼자 춘천으로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춘천 가는 기차 대신 춘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나니 설레임 보다는 혼자라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옆자리 남자가 자꾸 말을 걸더라구요. 외국에서 공부하다 방학이라 집에 가는 길이라며 착한 동생같다고 춘천 구경을 시켜준다고, 닭갈비 먹으러 가자고.... 안그래도 초긴장상태였는데 그때부터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어찌어찌 그 사람을 따돌리고 서울행 버스를 탔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그렇데 나 혼자 떠난 춘천 여행은 버스 터미널만 찍고 다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정말 호의로 그런걸수도 있는데 괜스레 나혼자 겁을 집어 먹고 오버한게 아닌게 싶기도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살이었으니까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혼자 떠난 여행의 기억은 스무살 춘천 여행이 전부입니다. 그 후론 혼자 여행을 할 기회도 없었고 혼자 여행을 하고픈 마음도 그다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직장에 메인 몸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사람이 붐비는 휴가철이나 주말을 피해서 여행을 하고싶은데 친구들과 여행 일정을 조정하다보면 직장인의 특성상 주말이나 휴가철을 끼고 여행을 할 수 밖에 없게됩니다. 그런 일을 겪다보니 슬슬 혼자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내맘대로 하는 여행에 점점 마음이 끌려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 아는 여자>는 여자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완전 여행 초보를 위해서 아주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것인가 결정하는 순간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서 여행하기까지 모든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항공권을 구입하는 요령, 비행기에서 좋은 자리를 맡는 방법, 어떤 여행 가방을 쓸것인가,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까지 여행을 많이 한 저자의 노하우들이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건 장점도 될 수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모든것을 다루다 보니 다양하긴 한데 전문성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혼자 여행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휴가 맞추느라 머리 아플 필요도 없고, 여행가서 내가 보고 싶은 것 마음껏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곳은 가볍게 패스할 수도 있고, 먹고 싶으면 먹고 말고 싶으면 말 수도 있다는게 혼자 하는 여행의 좋은 점입니다. 이제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당장에라도 떠날 수 있는데 말이죠. 마음 먹기가 쉽지는 않네요. 아직도 나는 겁쟁이인가봅니다. 하지만 머지 않은 어느날에 혼자 훌쩍 떠나게될거라는 예감이 강력하게 듭니다. 그때,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