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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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는 주말이 되면 백화점 주위의 도로는 항상 정체가 됩니다. 혹여 백화점이 세일에라도 돌입하면 그야말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합니다. 막힌 도로에 대해 투덜대면서 나 또한 백화점이란 곳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백화점에 가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쇼핑이라도 할라치면 기분이 마구 좋아져 엔돌핀이 샘솟습니다. 그래서 백화점에 가기 전에는 마음 속으로 다짐에 다짐을 합니다. '충동구매 하지 말자...  충동구매 하지 말자... 사려고 했던 것만 사고 다른 것들은 눈으로만 보자...'

 

같은 물건도 백화점에서 사는것보다는 인터넷 쇼핑이 조금이라도 저렴하다는걸 깨달은 이후로는 백화점에서는 아이쇼핑만 하고 필요한건 인터넷 쇼핑을 하는 패턴으로 돌아섰지만 백화점에 가면 엔돌핀이 솟는 현상은 여전합니다. 대체 백화점이 무엇이길래 나의 마음을 이렇게 만드는걸까요. 가끔은 내가 물질적인것에 사로잡힌 속물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소설가 조경란씨가 '백화점'이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백화점이란 곳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가진 나와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백화점>은 실제 백화점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층부터 10층까지 그리고 지하층까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을 읽어갈수록 백화점을 1층부터 10층까지 천천히 돌아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 층에 자리잡고 있는 상점들과 그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단상, 뉴욕, 파리, 베를린, 도쿄 등의 백화점에 대한 단상들, 백화점의 마케팅과 백화점에 숨어 있는 곳곳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백화점에 대한 나의 양가적인 감정은 여전합니다. 설레고 좋아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스스로를 자책하는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이제, 어차피 좋아하는 곳이고 피할수 없는 곳이라면 자책하는 마음은 내려놓아야겠습니다. 눈으로 흠뻑 즐기고 지갑을 열기전엔 여러번 생각해봐야겠지만 말이죠. 백화점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지하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즐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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