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각 창비청소년문학 37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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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라 그런지, 잘못한게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사춘기 시절을 어떤식으로 넘겼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종종 엄마한테 짜증부렸던거 같고, 늦은 밤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책상 앞에 앉아 엉뚱한 상상을 했던 기억도 좀 나고... 하지만 특별히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것 같지는 않습니다. 무난한 사춘기를 보냈다고 생각하는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엄마에게 막내 딸의 사춘기가 어땠는지 물어보면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사건은 없었지만 가끔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이 들었던건 기억이 납니다. 그럴때면 시내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밖으로 다녀올 법도 했을텐데 겁많은 내게 그건 엄두가 나지 않았고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게 고작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버스를 타고 오갔던 기억만큼은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3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엔 각기 다른 크기의 불덩어리가 있는것 같습니다. 그 불덩어리가 자꾸 커져서 감당할 수 없어지면 아이들은 집이나, 학교 밖으로 튕겨 나가는거겠죠. 집에서 품어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품어주면 좋으련만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학교의 경직됨은 변화가 없고 그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또한 변함이 없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고등학교에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저지른 엄청난 일을 조용히 덮으려 하는 학교와 내 아이만 어떻게든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면 그만이라는 부모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런 모습이 그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에 그치기만 한다면 좋으련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게 더욱 슬픕니다. 명문대생들의 성추행 사실을 학교에선 조용히 덮으려하고 부모들은 유명한 로펌을 대동해 무죄를 얻어내려 하는 사태가 바로 그렇습니다.

 

내 아이가 공부 잘하고 좋은 학교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 가리지 않겠다는, 그 어떤것도 공부만 잘하면 용서된다는 부모들 아래서 제대로 된 도덕성을 갖출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사라진 조각>을 읽으면서도 많이 씁쓸했습니다. 저마다의 상처로 아파하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한 아이에겐 무엇이 그릇된 행동인지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제발... 아이들을 위하는게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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