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미술관 1
랄프 이자우 지음, 안상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전 그림과 관련된 미스터리 소설을 한 권 읽었습니다. 돌려 받지 못한 우리 문화재를 되돌려 받기 위해 그 나라의 그림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벌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의 행동의 정당성을 떠나서 그들의 심정만큼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우리것을 약탈해 간 것인데 어디에 있는 줄도 아는데 돌려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번에 외규장각 의궤가 우리 나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리한 협상의 세월을 지나 우리나라로 돌아오긴 하는데 영구 임대 형식으로 돌아오는거라니 씁쓸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5년마다 갱신 대여 형식이라니.... 

 

대체 외규장각 의궤의 주인이 누구인지,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문화재를 약탈해 간 나라는 수두룩합니다. 문화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나라들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약탈해 온 문화재들을 자국의 제 1의 박물관에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정말 씁쓸한 일이지요. 한 번 상상을 해 봅니다. 그네들의 박물관에서 세계적인 명화가 한 점씩, 한 점씩 사라지는....

 

<거짓의 미술관>은 문화재 환수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을 때 제게 왔습니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의 작가 미하엘 엔데를 잇는 후계자라는 칭호를 받는다는 랄프 이자우의 소설이라는 것도 눈에 띄었지만 '미술관'과 관련이 있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책 내용은 문화재 약탈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미술품 도난 사건이라는 소재가 어쩐지 시기적절하게 느껴져 냉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는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에서 조각상 베르니니의 '잠든 헤르마프로디테'가 폭발하는것으로 시작됩니다. 기자 알렉스는 그곳에서 지문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다음에는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경솔한 수면자'가 도난당합니다. 도난당한 후 작품이 있던 곳에는 '경솔한 수면자' 그림 속에 등장하는 물건들이 하나씩 놓여져 있습니다. '잠든 헤르마프로디테'가 사라진 자리에는 거울이 놓여 있었고 '경솔한 수면자'가 있던 자리엔 빨간 이불이 남겨져 있습니다.

 

세번째는 오스트리아 빈의 예술사 박물관에 있던 루카스 크라나흐의 '에덴 낙원'이 사라지는데 그 빈자리엔 황금 사과가 남겨져 있습니다. 네번째로 사라진 피테르 파울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이 있던 자리엔 흙으로 빚은 비둘기가 남겨져 있고, 그 다음엔 피에로 디 코시모의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사라지고 양초가 남아 있습니다. 알렉스는 수감되고 테오라는 인물에게 편지를 받고 '거짓의 미술관'이라는 기사를 연재하게 됩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고 나온 알렉스는 미술품들이 가입되어 있는 보험 회사 직원 다윈과 함께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과연 숨겨져 있는 진실은 무얼까요.

중간 중간 전문적인 이야기가 등장할 때는 어렵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의 그림이 다시 보입니다. 콧수염을 달고 있는 모나리자. 표지의 그림으로 멋들어지게 말을 걸고 있다는걸 나중에야 깨닫게 됩니다. 랄프 이자우의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에 이어 <거짓의 미술관>까지 색깔은 조금 달랐지만 모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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