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물원에 가보면 콘크리트 우리에 갖혀 있는 동물들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특히 우리에 갇힌 새들을 볼 때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서 마치 내 몸을 작은 상자안에 구겨 넣고 문을 잠가버린듯한 갑갑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할 땐 아이러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안쓰러워 하는걸까요 신기해 하는걸까요. 아마 두 가지 감정을 모두 갖고 있겠지요. <봉주르, 뚜르>의 작가 한윤섭의 새로운 동화가 나왔다는 소식은 반가웠습니다. 알찬 동화들로 꾸며진 문학동네의 '보름달 문고' 시리즈로 나와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 책도 기존의 보름달 문고들처럼 아름다운 삽화와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우려져 있었습니다. 그림책 보기를 좋아하는터라 동화책을 읽을때도 그림을 먼저 끝까지 본 후에 글을 읽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보는 그림과 글을 읽으면서 보는 그림이 달라보이는게 재미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면 이제 그림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으로 변하는게.... <해리엇>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불쌍하게 그리고 있겠구나 미루어 짐작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동물원 사람들을 악하게 그리고 있지도 않고 동물원에서의 삶도 또 다른 모습의 동물의 삶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엄마 원숭이와 사람들에게 쫓기다 잡힌 아기 자바 원숭이는 엄마와 떨어져 동물원으로 오게됩니다. '찰리'라는 이름도 생겼습니다. 처음엔 동물원 주인집 아이와 집에서 생활하지만 아이가 학교 때문에 멀리 가게 되자 동물원의 우리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찰리는 개코 원숭이 집단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갈라파고스 거북이 '해리엇'의 도움으로 다른 우리로 옮겨갑니다. 세월이 흘러 175살 해리엇은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향 갈라파고스를 175년 동안 그리워하던 해리엇은 자신이 동물원에 오게 된 과정을 동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다른 동물들은 해리엇을 그토록 그리워하던 바다로 보내줄 결심을 합니다. 해리엇은 쇠약해지 기력이지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바다로 떠납니다. 해리엇은 바다에 닿아 그리운 고향 갈라파고스로 갈 수 있을까요. 띠지의 광고문구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의 띠지 문구도 나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습니다. '한윤섭이 선보이는 스케일 큰 동화!'라는 문구는 의아합니다. 오히려 잔잔하고 소소한 감동적이 이야기였지 스케일이 장대한 동화는 아니었거든요. 스케일이 커야 좋은 동화는 아닐진데 왜 이런 문구를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해리엇>은 잔잔한 감동을 준 좋은 동화였다는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한윤섭님의 또 다른 책이 기다려지는 이유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