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때만해도 국사 교과서에 근대사 부분은 극히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기인데도 건성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아주 먼 얘기만을 상세히 다루나보다 하고 생각했고 근대사 부분에서는 시험 출제가 많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히 넘어갔었습니다. 오히려 대학에 들어가고 국사 수업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되고 우리 근대사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에서도 많이 언급되고 있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라는 책을 통해 미리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만난 다양하고 아름다운, 때로는 슬픔이 느껴지는 그림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 뿐만 아니라 세상 모르는 아이들의 천진함도 엿볼수 있었고 그 시절의 풍속도 그림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책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을 통해서도 또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떠도는 한국 근대 관련 그림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 화가들이 그린 그림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국내외 신문기사, 문헌 등의 자료도 함께 모아서 4년의 집필과 수정을 거쳐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1898년에 그린 <서울 풍경>이란 휴버트 보스의 그림을 통해 당시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위풍당당한 관료의 초상화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초라해 보이는 고종 황제의 초상화를 통해 혼란스러웠던 정치상황을 느껴볼 수도 있었습니다. 책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정치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도공의 모습이라던가 모던걸이라 불리던 변동림과 시인 이상의 사랑등도 다루고 있어 다양한 근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분이 내게는 주제가 없이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그 부분이 장점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을 읽는 동안 힘겨운 시절을 살아야 했을 조선말 왕실의 사람들과 가난한 시절을 견뎌내야 했을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