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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
심산 지음, 김진석 사진 / 바다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가슴을 콩닥이게 만들고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여행서를 만났습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첫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난 제주올레 트레킹'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의 총집합 같았습니다. 비행기, 훌쩍, 떠난, 제주, 올레, 트레킹... 온통 내 마음에 쏙 드는 말들입니다. 언제라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는 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기에 첫 비행기를 타고 훌쩍 제주도로 떠난 다는 말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내 마음을 흔든 이 책을, 나는 그렇게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에 허겁지겁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는 제주올레길 전부가 실려 있는데 18개의 정규코스와 5개의 변주 코스까지 총 23개의 코스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짧은 기간에 훑듯이 둘러본 올레가 아니라 3년에 걸친 느린 여행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올레의 사계를 모두 볼 수 있다는것도 좋은 점 중의 하나였습니다. 부록으로 들어 있는 가이드북은 올레코스의 특징과 간략한 소개, 대략적인 지도와 숙소와 맛집 정보까지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여행갈 땐 이 부록만 가볍게 들고가면 좋겠더군요. 본 책에서는 여행 안내 보다는 여행에세이에 가까운 글들이 실려 있습니다. 올레를 함께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올레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올레 그 자체의 이야기....
23개의 코스를 따라 가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덧 제주올레에 가 있는 기분이 듭니다. 글을 읽고 사진을 들여다보고 다시 글을 곱씹어 보고 사진을 곱씹어 봅니다. 제주의 올레를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나에게까지 와 닿습니다. 당장에라도 배낭을 꾸려 제주행 비행기를 잡아 타고 싶어집니다. 제주에 다녀온지가 언제더라. 외돌개의 하얀 파도, 파란 하늘과 하얀 백사장과 투명한 바닷물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던 우도의 해안, 안개가 자욱한 1100도로 등등....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제주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제주의 올레는 아직 미완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느껴야할 제주의 올레는 무궁무진하니까요. 23개의 코스는 계절마다 다르고 어떻게 더듬어 가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주올레를 충분히 만끽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제주의 해안을 따라 올레가 하나의 완벽한 폐곡선을 이루면 이 책의 개정증보판을 내겠다는 저자의 약속을 믿어볼랍니다. 그때 다시 이 책의 증보판을 들고 새로 생긴 올레를 더듬어야겠지요.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제주로 떠나봐야겠습니다. 첫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나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