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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표지의 그림이 새삼스레 마음에 다가옵니다.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양 팔을 벌리고 맨발로 뛰는 소년의 모습이 이 책의 한 장면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소년은 날고 싶었나봅니다. 아니, 소년은 그때 날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껏 날아오르려는 소년의 모습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나도 양 팔을 한껏 벌리고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날개인양 한껏 날아오르려 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어집니다.
브램 스토커상, 월드 판타지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17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 받았다는 <소년시대>는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놓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미스터리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더욱더 관심이 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훌륭한 성장소설이지만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미스터리'라는 타이틀을 떼고 성장소설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훨씬 더 이 소설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1960년대 미국의 작은 도시 제퍼에서 우유 배달을 하는 성실한 아빠와 엄마, 열 두살 소년 코리 매켄슨이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새벽 아빠의 우유 배달을 돕던 코리는 뜻밖의 사건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 대의 차가 코리네 트럭 앞을 가로질러 색슨 호수로 빠졌고 코리의 아빠는 운전석에 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호수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온 몸이 멍 투성이에 목이 졸리고 묶여 있는 상태로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결국 운전석에 있던 사람은 꺼내지 못하고 차와 함께 깊은 호수의 바닥으로 가라앉고 맙니다. 그 순간 코리는 숲 속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을 보게됩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호수에 빠져버린 그 남자를 살해한 사람일까요. 이야기는 점점 안개 속을 헤매이게 됩니다. 코리의 아빠는 그날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남자가 호수 속으로 들어오라 손짓하는 악몽을 꿉니다. 코리와 아빠, 코리의 친구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건에 휘말리고 맙니다.
큰 줄거리는 미스터리의 내음을 풍기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 미스터리에 몰입하기 보다는 코리의 소소한(?) 일상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 괴롭히는 친구들과의 싸움, 자전거와 이별과 새로운 자전거 로켓과의 만남, 가슴 아픈 친구와의 이별... 열 두살 코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범인이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살해를 했는지보다 코리의 마음을 따라 가는게 더흥미로웠습니다. 로버트 매캐먼의 또 다른 책 <스완송>도 읽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