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가족들의 폭주~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4월

<악몽의 엘리베이터>, <악몽의 관람차>를 만나면서 기노시타 한타라는 작가를 머릿속에 넣어두었습니다. <악몽의 엘리베이터>나 <악몽의 관람차>는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며 이야기가 얽혀가고 상황은 심각한데도 어찌나 웃기던지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었습니다. 악몽 시리즈로 각인되어 있던 기노시타 한타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요즘 마음도 울적한데 그의 책을 읽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웃어보자는 생각으로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폭주가족'이라니... 어디론가 마구 달리는 가족일까요, 아니면 막무가내로 일을 저지르는 가족일까요. 그런 가족들이 미끄럼대에는 왜 오르는걸까요. 제목만 봐도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폭주가족이 왜 미끄럼대에 가는지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여대생과 바람피우다 실연당한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일본에서 제일 긴 미끄럼대가 있는 이바라키현으로 가족 모두가 떠납니다. 참, 할 말이 없는 가족이죠. 바람피운것도 모자라 일본에서 가장 긴 미끄럼을 타며 실연의 아픔을 잊고 싶다는 아빠나 그 아빠를 따라 나서는 가족이나 '폭주가족'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가족입니다.

 

미끄럼대가 있는 이바라키현으로 가는 여행길에는 아빠 겐키, 엄마 치사토, 딸 유비코와 아들 아유무 외에도 아유무의 과외선생인 한나까지 합세했습니다. 어쩌다보니 가족 여행에 끼게 된 한나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사실 한나는 아유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고 과거엔 겐키와도 사겼으며 현재 겐키의 아이를 임신중이기 때문이죠. 참...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관계네요. 사실 이 여행길에 오른 가족은 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숨겨진 사실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 여행에서 이룰 수 있을까요.

 

폭주가족의 차를 뒤따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딸 유비코의 세번째 전남편 구루마다였습니다. 한나의 부탁으로 도둑 역할을 하기로 했는데 약에 취한 구루마다는 한나네 가족이 탄 차를 들이받고 맙니다. 차는 고속도로에서 몇 바퀴 구르고 탱크로리 차와 부딪혀 폭발 직전의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가족들이 생각했던것과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맙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 되어질까요....

 

기존에 만났던 기노시타 한타의 작품은 꼬이고 꼬인 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종종 웃음을 주면서 그려졌는데요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도 큰 줄기는 비슷한데 마냥 웃을수만은 없습니다. 관계설정도 껄끄럽고 성적인 표현도 난무하는게 마냥 편하게 읽어지진 않네요.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놓치않고 읽을만큼 이야기 진행이 흥미롭긴 합니다. 몇 시간 정도면 다 읽을만큼 가볍기도 하구요. 가벼운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읽을 소설을 찾는 분께 추천하고 싶네요. 그나저나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 시리즈가 마저 나왔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