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홈
황시운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태지가 처음 등장했을때의 충격과 놀라움은 지금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서태지가 처음 방송에 출연했던 프로를 봤었거든요. 음악 전문가가 나와서 신인의 무대를 보고 평가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은 혹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방송이 나간 후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너 그 방송 봤니, 너 그 서태지와 아이들 봤니... 여기저기서 서태지, 서태지 떠들어댔던 그즘에 일들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기에 그의 첫등장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서태지가 가져온 충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발라드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015B나 무한궤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그룹을 통해서 그나마 색다른 감각의 음악을 듣는게 고작이었는데 강렬한 사운드와 뱉어내는 듯한 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서태지의 음악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첫 앨범의 엄청난 성공에 이어 계속 새로운 음악을 내놓던 서태지가 은퇴선언을 하던 기자회견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한건 4년 정도인데 굉장히 오래 활동했다고 느끼는건 서태지가 몰고온 엄청난 파장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렇게 위대한 서태지와 남다른 인연이 있고 머지않은 미래에 그와 함께 달세계로 떠날거라 굳게 믿고 있는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박유미. 유미는 130kg이 넘는 엄청난 몸무게로 인해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불량학생들에게 돈을 상납하고 얻어맞기까지 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유미 곁에 있는 친구는 지은이뿐입니다. 유미와 지은이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녔는데 초등학교까지는 지은이도 유미처럼 왕따를 당했지만 중학교에 가서는 왕따에서 벗어나고 학교 짱이 됩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아이들 앞에서는 유미와 지은이는 친구인걸 감춥니다. 지은이는 앞장서서 유미를 때리고는 유미네 집에 파스를 들고 찾아옵니다. 친구를 괴롭히는데 앞장서는 지은이를 보고 처음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애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유미는 거식증에 걸리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폭토의 비법을 찾아냅니다. 지은이는 임신을 하고 유미에게만 귀뜸을 한 뒤 미혼모 시절로 가게됩니다. 지은이와 유미의 관계가 아이들에게 알려지면서 유미는 심한 괴롭힘을 당합니다. 엄마와의 갈등 끝에 유미도 가출을 하고 지은이가 있는 미혼모 시설에 함께 있게 됩니다. 지은이는 아이를 낳아 키워야할지 다른 사람에게 보내야할지, 유미는 집으로 들어가야 할지말지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미와 지은이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거침없는 그 아이들의 말투에 처음엔 놀랐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다보니 거칠지만 여리고 흔들리고 있는 그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된터라 요즘 학교에서의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유미와 지은이 같은 아이가 어딘가에는 꼭 있을것 같습니다. 그 아이들의 곁에 가만히 손내밀어줄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컴백홈~'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