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니 자주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 속에 떠도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글로 적어낼 수 있다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듯 온전하게 글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샘이 나는데 그뿐입니다. 부러워하고 시샘한다고 해서 내 글솜씨가 좋아지는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글을 감상하고 감탄하는데 만족하고 있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지게 씌여진 글을 읽노라면 내가 쓴 글도 아닌데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쓰고 글쓴이는 얼마나 마음이 흐뭇했을까 생각하며 말이죠. 이 책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는 조선 시대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가 등장한다고 해서 관심이 일었습니다. 조선 시대 훌륭한 문장가로 꼽히는 분을 소설로 만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 우정을 맺고 글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이옥과 김려의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고 편안하고 쉽게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이옥과 김려에 대해 살펴보면 과거에 패관소품체의 문장을 쓴다는 이유로 이옥과 함께 유배 생활을 했지만 그 이후의 삶은 서로 다른 길을 걷습니다. 이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문체로 문장을 쓰다 세상을 떠나지만 김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옥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고 현감, 군수를 지내다 세상을 떠납니다. 소설은 현감으로 부임해 있던 김려에게 이옥의 아들 이우태가 아버지의 글을 들고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이옥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김려는 자신을 찾아온 우태가 반갑지 않았지만 우태가 마을에서 위기에 처하자 우태를 돕습니다. 우태가 가져온 이옥의 문장을 읽으며 김려는 환상속에서 이옥을 만나게 됩니다. 이옥은 유배생활을 했던 김려의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고 김려는 이옥의 글과 자신의 글을 읽으며 과거의 친구와 서서히 화해를 해갑니다. 문체반정이 정조의 실정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흑백논리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체반정에는 복잡한 동기가 있었고 정조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루어진건 아니었지만 문체반정으로 인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했던 문인들이 탄압을 받았던건 사실입니다. 그 문인들 가운데 이옥과 김려가 있었던거구요. 이옥과 김려의 문장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