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낭만 탐닉 - 예술가의 travel note를 엿보다
세노 갓파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섬나라는 아니지만 분단으로 인해 섬나라와 다를바 없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국경'의 의미는 무진장 중요하고 무겁고 진지하게만 다가옵니다. 휴전선, 철책, 총을 든 군인.... 이런것들이 제가 느끼는 '국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을 들여다보면 국경은 그저 경계의 표시에 불과하다는게 느껴집니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의 이동이 서울에서 전라도, 경상도를 오가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방학에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일주할거야' 이렇게 말하듯이 '이번 방학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주할거야'라고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유럽의 젊은이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네들에게 국경의 의미란 분단으로 인해 섬나라가 되어버린 우리 나라 젊은이들의 국경의 의미와는 다르겠죠. 대학시절 유럽여행을 꿈꾸었던 이유중 하나가 육로로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것이었습니다. 유럽에선 그 많은 나라의 곳곳을, 그 많은 나라의 국경을 기차로 넘나들 수 있다니 그 말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광대함이 나에게 유럽을 꿈꾸게 했습니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어 그때만큼 나라와 나라를 넘나다니는게 로망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올 가을에는 이탈리아에 다녀올 계획인지라 유럽에 관한 책에 유독 관심이 가더군요. 이탈리아 관련된 책도 몇 권 사서 읽었는데 <유럽낭만 탐닉>은 70년대의 유럽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집어들게 된 책입니다. 세노 갓파라는 일본 무대미술가가 유럽여행을 하며 스케치하고 기록한 것인데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유럽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전 서울을 스케치한 책을 무척 즐겁게 읽었던터라 유럽을 스케치한 이 책도 그만큼의 기대를 잔뜩하고 읽었습니다.

 

7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 여행정보를 얻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 시절의 유럽을 살짝 맛보는건 흥미로웠습니다. 나라별 기차의 내부라던가 차장의 모습, 나라마다 특색이 있는 창문의 모습 등은 재미있었습니다. 세노 갓파가 묵었던 호텔의 평면도와 숙박비, 호텔에 대한 간단한 평도 처음엔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의 절반 이상이 호텔에 대한 이야기라 점점 실망스럽더군요. 유럽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사람들의 일상이 스케치 되어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호텔방 스케치만 잔뜩 보게 되니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 시절의 물가를 지금과 비교해보고 70년대에 유럽인을 바라 보는 일본인의 시선을 만나는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내게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어 간단하게라도 스케치를 하며 여행을 한다면 여행지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될것 같은데.... 그림엔 영 소질이 없으니 여행길에 카메라나 꼭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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