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에디션 D(desire) 1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말을 그다지 믿지 않습니다. 물론 첫눈에 호감을 느낄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그런 강렬한 사랑을 첫 눈에 느낄 수 있다는건 아직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해서인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물들어 가는게 사랑이라 생각하기에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건 영화에나, 소설 속에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고지식한 생각을 갖고 있기에 정도에서 벗어난 호감은 이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불륜은 불륜일뿐 사랑이라 생각지 않지요.

 

영화 '데미지'를 처음 봤을땐 그저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적인 정사신이 기억에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몇 년이 흘러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게 됐는데 예전에 봤던것과는 또 다른것이 느껴졌습니다.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눈빛과 몽환적인듯 무심한 줄리엣 비노쉬의 눈빛이 비교되어 보였습니다. 여자에게 이끌리는 남자, 이성으로는 도저히 제어하지 못하는 그의 눈먼 사랑이 처절하게 보이더군요. 아무것도 재지않고 파국을 짐작하면서도 돌진할 수 밖에 없는 그의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그런 사랑이 있는걸까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영화 '데미지'에 원작이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출판사 그책에서 발행하는 인간의 에로티시즘과 욕망을 말하는 시리즈 '에디션 D'의 한 권으로 출간된 후에야 영화의 원작이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영화를 보며 어렴풋이 느꼈던 그들의 감정을 책을 통해서라면 조금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거란 기대로 책을 만나게 됐습니다. 책 속에는 영화에서 만났던 그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 대게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보면 실망스러울때가 많은데 영화 <데미지>는 원작의 감정을 잘 표현했구나 싶더군요. 물론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책을 따라올 순 없지만요.

 

좋은 가문에서 자라서 의사가 되고 좋은 가문의 아내를 맞아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남부러울것 없는 삶을 사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마틴은 평온하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인생을 사는 그이지만 자신은 삶을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그에게 치명적인 사랑이 찾아옵니다. 아들의 여자인 안나를 보는 순간 그는 자신과 같은 부류라고 느끼고 빠져들게 됩니다. 그들은 누가먼저랄것 없이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고 아들과 안나가 결혼한 후에도 그 관계를 유지시키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고 파국을 맞고 맙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의 제레미 아이언스의 쓸쓸했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모두에게 비극적인 아픔을 주고도 안나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마틴이 한심하면서도 안쓰러웠습니다. 이렇게 아프고 힘든, 모두에게 상처만 주는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런 사랑은 절대 찾아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이나 영화에서는 그런 비극적인 사랑이 좋을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나는 얌전하고 착한 사랑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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