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하거나 삶에 지칠때면 그림책을 꺼내 보곤합니다. 귀엽고 예쁜 그림들과 알콩달콩 재미있는 글을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림책과 동화책을 좋아하는터라 나의 책장에는 제법 많은 그림책과 동화책들이 있어 책장을 보는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그림책과 동화책의 무엇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걸까요. 아직 내가 철이 들지 않아 그런걸까요. 철이 안들어 그런거라면 앞으로도 쭉 철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마음이 울적하거나 지칠때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치료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씨가 이번에는 동화를 쓰셨네요. 전작들도 그저 아름답기만한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이번에도 평범한 동화는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몇 해전 <내 가슴에 낙타가 산다>로 문밖동네에서 등단한 동화작가 오명랑입니다. 어째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쓴 김려령 작가의 오마주가 아닌가 싶게 닮은 구석이 있네요. 아무튼 오명랑 작가는 몇 해 동안 글쓴다는 이유로 백수 아닌 백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명랑 작가는 가족들의 눈치도 보이고 세상경험도 할 겸해서 동네 아이들을 상대로 '이야기 듣기 교실'을 엽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이 오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지만 찾아 온 아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남의 말이라도 잘 들을 줄 알면 좀 나아질까 싶어 부모님이 보낸 종원이와 오빠 가는 길에 그냥 딸려 보낸 종원이 동생 소원이, 동화작가의 꿈을 갖고있어 '동화작가 오명랑'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찾아온 나경이까지 세 명입니다. 오명랑은 '그리운 건널목씨'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아리랑 아파트 후문 앞 이 차선 도로에는 건널목이 없어 위험한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느날 '건널목씨'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헬멧을 쓰고 검은색 바탕에 흰색 페인트로 건널목을 그려넣은 카펫을 배낭에 짊어지고 아리랑 아파트 후문에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건널목이 없는 도로에 건널목카펫을 깔고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해줍니다. '건널목씨'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요. 또 오명랑 작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불편해하는 어머니와 올케는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요. 처음엔 시큰둥해하던 종원이, 소원이, 나경이가 이야기에 점차 빠져드는것처럼 저도 오명랑 작가의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듭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오명랑 작가와 건널목씨, 오명랑 작가의 가족들의 사연이 드러납니다. 그러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보듬게 되는 모습을 보니 읽는 나의 마음도 위로받고 치유받는 기분입니다. 김려령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아무려면 어떤가 싶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위안받은걸로 됐다는 마음이 듭니다. 김려령 작가의 책을 세 권째 읽었는데 이 책이 제일 좋았습니다.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도 좋았지만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가 더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