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피넛 1
애덤 로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미혼이라면 결혼에 대한 환상 한두개쯤은 다들 갖고 있을거다. 여자들이 제일 많이 갖는 환상은 사랑하는 남편이 나를 위해 아침을 준비해서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나를 입맞춤으로 깨우고 환하게 웃으며 맛있는 아침을 건내는 모습, 남자들은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앞치마를 두르고 또각또각 반찬을 준비하고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라고 한다. 흠.... 생각만으로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고 흐뭇해 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부부가 이런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보고 살까. 아직 미혼인 나지만 슬프게도 그다지 많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고 있다.

 

흔히들 결혼은 현실이란 말을 한다. 연애할 때는 좋은 모습만 보이고 내가 편한것 보다 상대를 더 많이 배려하지만 결혼을 하고 같은 공간에서 24시간 함께 있다보면 좋은 모습만 보일 수도 없고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보면 결혼 전에 비해 변했다고 느끼게 되고 서운함이 쌓여간다. 또 생활하는데 경제적인 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에 연애할때는 신경쓰지 않았던 것도 신경써야 하고 민감한 돈 문제로 서로를 상처 주기도 한다. '당신의 이런 점이 너무 좋아'라고 하던 말이 '당신의 이런 점때문에 못살겠다'고 변한다더라.

 

<미스터 피넛>에도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는 세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데이비드와 앨리스, 해스트롤과 한나, 셰퍼드와 마릴린. 첫 눈에 반해 결혼했지만 아내 앨리스의 반복적인 다이어트와 히스테리로 힘들어 하는 데이비드와 앨리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침대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 아내 때문에 힘겨워 하는 해스트롤, 유능한 의사 샘 셰퍼드는 바람을 피우고 아내 마릴린은 다른 남자를 유혹한다. 남편들은 하나같이 아내의 죽음을 꿈꾼다. 앨리스가 땅콩 알레르기로 죽자 함께 있었던 데이비드는 살해 혐의를 받게 된다. 데이비드를 심문하는 형사가 해스트롤과 셰퍼드다. 덧붙이자면 의사였던 셰퍼드는 아내 살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다시 무죄 판결을 받고 직업을 바꾸어 형사로 재직한다. 

 

데이비드는 앨리스 몰래 소설을 쓰고 있다. 그 소설이 <미스터 피넛> 속에 섞여 있는데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다. 어디까지가 데이비드의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의 얘기인지 헷갈린다. 안좋은 머리덕분에 1권을 다 읽고 2권을 반쯤 읽고는 1권을 다시 한번 훑어봐야 했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에 헤매고 결혼의 현실적인 모습에 갑갑해하면서 두권의 책을 모조리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복잡한 이야기 만큼이나 내 마음도 복잡해진다. 결혼이 이런거라면..... 아니야, 꼭 그렇지만은 아닐거야. 행복한 부부도 많을테니까... 씁쓸하게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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