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내 꿈은 수학선생님이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수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시절도 있었다. 어려운 문제를 끙끙 거리고 풀어낸 후 정답을 맞췄을 때 그 짜릿함. 수학을 재미있어한 덕분에 수학성적이 좋았고 당연한듯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때도 이공계를 전공했다. 하지만 수학 선생님의 꿈은 멀리 사라지고 수학도 점점 멀어지고 말았다. 지금은 가끔 조카들이 물어오는 수학문제를 풀어주는게 고작인데 그것마저도 큰조카가 고등학교에 가면서는 나한테 질문하는게 점차 두려워지고 있다. 이제 수학은 내게 멀고 먼 나라의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로지코믹스>는 위대한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에 관한 이야기를 만화 형식으로 꾸몄다. 버트런드 러셀의 개인적인 인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학문적인 탐구에 몰두하는 학자들의 열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책의 첫머리엔 이 책의 저자인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와 크리스토스가 등장해서 이 책을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갈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책을 만드는 그들의 이야기와 버트런드 러셀이 강의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교차로 등장하며 진행되어 간다. 영국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러셀은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댁에서 살게되는데 엄격한 할머니의 통제를 받으며 교육을 받는다. 밤에 들려오던 괴이한 소리의 정체가 정신이상자인 큰아버지의 소리임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고 정신병의 가족력에 민감해진다. 가정교사를 통해 유클리드 기하학을 만나며 실재에 접근하는 길을 찾는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지만 수학의 토대가 허술하다는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수학자들의 안일함에 실망한다. 러셀은 논리학을 기초로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한 수학의 토대를 정비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버트런드 러셀에 대해서는 얼핏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난다. 러셀 뿐만 아니라 고틀로프 프레게, 게오르그 칸토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쿠르트 괴델 등 여러 학자들의 학문에 대한 몰입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무언가에 이토록 미칠 수 있다면 그들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삶은 어땠을지 몰라도 학문적 연구에 몰두했던 그들은 그쪽으로는 행복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