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내기지만 서울에 대한 애정은 그리 깊지 않았다.  '고향'이라는 단어와 서울을 연결하는 것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듯싶은게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어떤건지도 잘 모르겠고 오히려 한적한 전원생활을 그리워하는 편이다. 어쩌면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 서울을 그리워할 틈이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서울 관광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기에 서울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지도 않았다. 그래도 고궁 산책은 즐기는 편이라 종종 고궁 나들이를 하곤한다.

 

내가 보는 서울 풍경은 차로 스쳐가거나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가거나 지하철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대부분이다. 보이는 풍경과 스쳐가는 속도는 반비례해서 빠르게 스쳐가면 보이는건 적고 천천히 천천히 걸으면 보이는건 많아진다. 서울을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는 것도 아니고 찰나의 풍경을 담는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도 아니고 서울의 구석구석을 스케치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까. 이 책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책 속에는 경복궁, 명동, 효자동, 광화문 광장, 청계천, 정동, 숭례문 등 서울의 곳곳이 스케치되어 있다. 어쩌면 그리도 자세히 관찰하고 스케치했는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곳곳의 대표적인 볼거리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그냥 스쳐갔을 작지만 소중한것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고궁의 잡상이나 복잡한 거리 한쪽에 서있는 추모비, 청계천 조형물에 얽힌 이야기, 오래된 나무.... 스케치도 좋았지만 우리 것들에 대한 설명과 문화를 잃고 있는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도 마음에 절실하게 와 닿았다.

 

가끔 하루가 다르게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는 서울을 볼 때면 숨이 턱턱 막힌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좋아해야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빽빽함, 답답함, 혼잡함이 느껴져 보는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하지만 그동안 답답하게 생각했던 그런 모습은 서울의 일부분이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곳에는 아직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것이 남아있었다. 내게 서울은 여전히 벗어나고픈 곳이지만 작가가 스케치한 곳곳을 따라가며 읽다보니 서울에 대한 나름의 애정이 솟는다. 이걸 서울의 힘이라고 해야할지 작가의 힘이라고 해야할지...

흥미가 생겨 서점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작가의 책이 몇 권 보여 반갑다. 스케치로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한 권씩 차근히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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