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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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천 3백만 부 돌파라는 초유의 기록을 수립한 작가 조정래님의 초기작들이 요즘들어 속속 재출간 되고 있다. 거장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처 만나지 못했던 작품들을 깨끗하고 예쁜 장정으로 말끔하게 만날 수 있다는건 소설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장편소설 <불놀이>, <대장경>에 이어 이번에는 단편집 <상실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반갑게 책을 잡아 들었다.

 

책의 첫머리에 적힌 '작가의 말'이 인상깊었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을 쓸 때, 20년 후에는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리라 기대했었는데 그 곱절의 시간인 40년이 흐른 지금도 통일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40년 후에도 이 작품들이 현존성을 갖게 될까 두렵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남북의 기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천암한 사건에 이어 연평도 사건까지 그야말로 내가 분단된 국가, 휴전 상태인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엔 한국전쟁을 겪으며 이념 분쟁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간에 이념의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미군들 사이에서 카투사로 근무하며 차별을 당하는 한국군인, 북측의 도발로 인해 제대가 연기되고 그로인해 취직한 학교에서 해고 당하는 남자, 아버지의 월북 이력으로 인해 꿈을 빼앗기는 남자,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 이민을 꿈꾸는 매형과 누나, 그를 반대하는 어머니 사이에 끼어 있는 남자 등 다양한 사연을 가졌지만 상처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세월이 어땠는지 살아보지 못한 나는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마음 속에 상처 하나씩은 갖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평범하게 한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남, 북 이념으로 인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 할퀴는 세월을 살아낸다면 저마다 상처가 없을 수 없을테니까.

 

표제작 <상실의 풍경>을 비롯한 10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장편을 읽는것과는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70년대 초기작들이었는데 월급이 1, 2만원이라는 부분 정도에서만 세월을 느낄 수 있었지 세월의 격차를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묵직한 감동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이 된 후에라도 좋은 작품으로 오래 오래 읽히게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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