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가끔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볼 때면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이 작거나, 커서 놀랄 때가 있다. 그리고 책에서 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생생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책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서 종종 전시회 나들이를 한다. 그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터라 내가 느끼는 감동을 표현할 순 없지만 그저 그림을 보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는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마음이 뿌듯해진다. 큰규모의 전시회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인사동 골목의 작은 화랑에 들러도 못지않은 감상을 할 수 있다. 그렇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지도 10여년이 흘렀는데 카라바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당시엔 논란을 일으키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카라바조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화가였는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싸구려 초상화를 그려 팔거나 무명 화가의 조수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다 콘타렐리 예배당에 그린 그림이 성공을 거두어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게 된다. 델 몬테 추기경의 후원을 받아 화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가지만 타협할 줄 모르고 불같은 성격으로 이런저런 스캔들을 만들었다. 여러차례 고소를 당하고 감옥을 들락거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다 결국 살인자 신세로 전락해 쫓기다가 서른 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만다.

 

카라바조는 사생활에서만 타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게 아니라 그림에 있어서도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의 그림은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장면을 담아내는게 주요했는데 카라바조는 이런 관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그림을 그렸다. 거리의 창녀를 성모 마리아의 모델로 써서 논란이 되기도 하고 성스러운 죽음으로 표현해야 할 장면들을 사실적인 죽음의 모습으로 그려내 교회에서 파문당하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술꾼이나 창녀,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카라바조는 당시 미술계를 생각해보면 '파격' 그 자체였다.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을 읽다보니 카라바조의 삶에 흠뻑 취하게 된다. 예수나 성모 마리아, 성인들의 모습을 서민의 모습으로,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로 사실적인 그림에 강렬한 효과를 준 그의 그림이 책을 읽고 나니 새롭게 보인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탈리아의 화폐에까지 등장하며 미켈란젤로와 비견되고 재조명되는 카라바조가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번 기회로 그의 작품이 국내에 전시되면 좋겠다. 그 어떤 그림보다 강렬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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