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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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함께 지낸지 20년가까이 되는 푸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많이 아프지도 않았고 마지막 가는 길이 편안해 보여서 슬퍼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날이 밝아올때까지 그 아이 곁에서 소리없이 울기만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찌르르해진다. 지금도 5살짜리 파피용과 함께 살고 있는데 강아지때부터 함께 했던 이 녀석과의 이별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마음이 애잔해진다. 이런 이별이 마음 아프고 싫어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면 그런건 기우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게되면 곁에 있는 동안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은 아프지만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될거라고....

 

개들하고는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고양이와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사람을 그다지 따르지 않고 새침하게 굴고 거리를 두는게 고양이의 매력이라고 하는데 사람을 너무 따르고 볼때마다 미친듯이 좋아하는 개들에게 익숙해져인지 고양이는 내게 어쩐지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에 일조를 하는게 길고양이들이다. 동네에 어슬렁 거리는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하고 깊은 밤에는 가끔씩 아기 울음소리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집밖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난감하게 만들기도 해서 길고양이에 대한 내 마음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차된 차 밑에 웅크리고 있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다. 그 고양이는 내가 쳐다봐도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아마 도망갈 기력조차 없었던것 같다. 집에 들어가 급한 마음에 강아지 사료를 한웅큼 집어들고 그 고양이에게 가져다 줬더니 쭈뼛거리다가 맛있게 먹는 모습에 그동안 길고양이에 대한 좋지 않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쓰레기봉투를 뒤질수 밖에 없을만큼 배가 고팠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얄미워했던게 미안해졌다. 너네들도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니...

 

<명랑하라 고양이>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 자리잡은 길고양이들의 이야기인데 마을지도와 등장 고양이들에 대한 사전 설명이 무척 재미있었다. 동네 길고양이 한마리 한마리에게 이름이 지어주고 먹이를 챙겨주는 모습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일상을 어찌나 그리 잘 알고 있는지, 길고양이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의 일상이 이렇게 재미있을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귀여운 사진들과 얘기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고 있다. 나도 이제 길고양이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지낼 수 있을것 같다. 고양이 사료를 한 포대 사서 산책길에 한웅큼씩 챙겨나가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무료 급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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