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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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 다닐땐 시집을 들고다니며 읽곤 했었다. 그 시를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시집 읽기를 즐겼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지금의 나를 생각해보면 놀랍기만 하다. 언젠가부터 시가 어렵게만 느껴지면서 시집은 나와 먼 얘기가 되었다. 가끔 예전에 읽었던 시집을 꺼내 한 편씩 읽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집을 사서 읽은건 언제적 일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시절에 읽었던 시들 중에서 유난히 좋아하던 시 가운데 백석의 시가 있었다.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로 시작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읽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때까지 내가 읽었던 시들과는 다른 시어들이 가득한 이 시는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난한 내'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눈이 '푹푹' 나리는것도 그랬다. 정확히 지적할 순 없었지만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듯 했다.

 

백석의 시집에서 좋았던 시들도 많았지만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 시들도 있었다. 시라는건 그저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거라 위안하긴 했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백석평전>을 봤을 때 그런 바람을 이룰 수 있을거란 기대로 마음이 설레였다. 백석... 그의 시와 그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빠졌다.

 

이 책의 저자는 화가다. 백석의 삶을 들여다보기 전에 책의 날개에 적힌 저자의 이야기가 눈을 잡아 끌었다. 어릴적부터 몸이 약해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형의 미술 스승인 유태인 아브라함 차에게 조각과 미술, 종교, 문학, 예술 등에 걸쳐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화가로 자리잡아 가던 중 중소기업 대표가 자신의 사진을 내밀며 초상화를 그려달라 주문을 하자 자신의 왼손을 망치로 내려친다. 그는 왼손으로 그림을 그렸기에 더는 예전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었고 익숙하지 않은 오른손으로 새롭게 그림을 그려나간다.

 

점차 건강은 악화되고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던 그에게 백석은 한 줄기 빛이 되어준다. 그는 죽기전에 꼭 이루고 싶었던 소원이 있었는데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와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것과 그들의 그림에 영감을 준 근원이 무엇인가를 아는것이었다. 그는 백석의 시를 통해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의 그림 속에 백석의 시가 들어 있다는걸 알게된 것이다. 그는 백석의 시에 몰입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새로운 그림 세계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두 사람의 예술인을 만났다. 시인 백석과 화가 김영진.

화가 김영진은 시인(詩人)처럼 화인(畵人)이 되고 싶다고 한다. '가家는 그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지만, 인人은 사람 본인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두 예술인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었던것 만으로 이 책 <백석평전>을 읽은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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