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파티쉐를 보셨나요

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촌마게 푸딩.

'푸딩'은 알겠는데 '촌마게'는 뭔가했더니 일본 사무라이들의 머리 스타일을 말한다고 한다. 머리의 가운데 부분을 밀어버리고 남은 머리카락을 상투 틀듯이 올린 머리를 촌마게라고 한단다. 이 '촌마게'와 푸딩이 무슨 상관이기에 제목이 <촌마게 푸딩>일지, 사무라이와 푸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어떻게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을지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다.

 

이야기의 큰 틀은 간단하다. 타임슬립으로 에도시대에서 현대로 오게 된 사무라이의 이야기다.

이혼하고 아들 도모야와 함께 살고 있는 히로코는 바쁜 출근길에 이상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에도 시대의 옷차림을 하고 사극에서나 나오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수상한 남자였지만 히로코는 안쓰러운 마음에 집으로 데려와 함께 식사를 한다. 히로코는 경찰서에 가면 가족들을 찾을 수 있을거라 남자에게 말해주지만 남자는 며칠 후 초췌한 모습으로 히로코의 집에 다시 찾아온다.

 

그 남자의 이름은 기지마 야스베. 야스베의 행동이나 말투로 에도시대에서 왔다는걸 알게된 히로코는 당분간 자신의 집에 머물며 에도 시대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자고 한다. 불편한 동거를 하게된 야스베와 히로코 모자는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하게 되고 바쁜 히로코를 대신해 야스베는 집안 살림을 한다. 청소, 요리, 육아까지 척척 해내는 야스베는 히로코와 도모야에게 큰 힘이 된다.

 

야스베가 요리와 디저트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알게된 이웃의 권유로 요리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그 후로 유명인사가 된다. 그로인해 히로코와는 점차 사이가 벌어지게 되는데 히로코와 도모야에게 야스베의 빈자리는 크기만하다. 사무라이 파티쉐 야스베는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도 얄팍하고 이야기도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에 좋았다. 에도시대와 현대라는 환경의 차이가 느껴지는 장면들은 웃음이 나기도 했고 정중한 말투로 예의를 가르치는 야스베의 모습이나 불량배를 물리치는 사무라이 야스베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말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야말로 가볍게 읽을거리란걸 기억하시길..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도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다. 히로코와 도모야가 어떤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할지, 특히 에도시대엔 사무라이, 현대엔 파티쉐의 모습을 하고 있을 야스베가 영화에 어떻게 담겼을지 보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