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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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릴적엔 TV에서 반공만화를 방영하곤 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김일성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 북한의 우두머리가 돼지의 모습을 하고 등장했던것, 북한 사람은 늑대로 등장했던건 기억난다. 그때는 반공교육이 존재했던 시절이라 어린 마음에 북한은 나쁜 곳, 공산주의는 나쁜 것, 빨갱이도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시대적인 분위기가 많이 좋아져서 점차 반공교육은 사라졌고 북한 사람들이 뿔달린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걸, 공산주의라는 것도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의 한가지란 것도 알게 됐다.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했고 그 결과 38선이 생기고 분단에 이르렀다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그 전쟁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상처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건 어른이 된 후였다. 단순히 총, 칼을 든 전쟁이라서 무서운게 아니라 함께 살던 이웃들이 이념의 지배로 인해 서로 척을 지고 참혹한 살육까지 저질렀던걸 생각하면 훨씬 더 두려워진다. 피해자, 가해자 없이 그네들의 상처받은 마음은 무엇으로도 치유되지 않았으리라....

 

조정래 선생님의 <불놀이>는 1980년대에 씌여진 소설이다.

30년 가까이 흐른 2010년에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놀라운 흡인력으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은 역시 대가의 작품답다.

 

탄탄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황만복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을 '배점수'라고 부르는 한 남자의 전화로 인해 황만복은 패닉에 빠진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싶은 황만복의 모든 것을 주겠다는 애걸에도 전화를 건 남자는 흔들림이 없다. 그 남자는 황만복의 장남 황형민에게도 전화를 하고 아버지의 과거를 알려주며 황만복의 고향에 다녀올것을 명령한다. 그곳에서 자신이 알던것과 전혀 다른 아버지의 과거를 만나게 되는 황형민. 그는 협박 전화를 하는 남자와 아버지 사이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런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과연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가 하는 것이었다. 원수를 갚는 것으로 자신의 한을 풀어내는 배점수는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한을 품게 만들었다. 또 다시 원한은 쌓이고 그것을 복수로 풀면 또 다른 원한이 만들어지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동안 억눌려 지내왔던 사람들이 폭발하고 그들에게 당한 사람들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되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걸, 그 시절에 그 사람들이 그렇게 했던데는 이유가 있고 아픔이 있다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지금도 서로의 이념을 헐뜯고 흠집내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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