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섬으로의 초대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와카타케 나나미는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린다. 엄청난, 충격적인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만날 수 있다는게 그녀 작품의 매력이다. 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비롯해서 여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등장하는 <네 탓이야>, <의뢰인은 죽었다>까지  내가 놓치지 않고 챙겨 읽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가상의 도시인 하자키를 배경으로 한 하자키 시리즈가 출간된다는 소식은 미스터리 팬인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운이 좋게도 하자키 시리즈 세권이 잇달아 출간되는 바람에 나의 10월은 덕분에 풍성했다. 미스터리물이 쏟아져 나오는 여름이 지나면서 혹여 미스터리의 출간이 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하자키 시리즈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까지 순서대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시리즈물이지만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순서대로 읽었을때 알아챌 수 있는 아주 작은 즐거움을 놓치지 않아 좋았다.

 

고양이섬이라 불리는 웅크린 고양이를 닮은 섬, 네코지마는 주민은 서른 명뿐이지만 고양이는 백마리가 넘게 살고있는 말그대로 '고양이섬'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섬의 모든것들이 고양이와 연관되어 있다. 캣츠 앤드 북스, 모카 고양이 카페, 서양식 민박 네코지마 하우스, 고양이를 기리는 신사까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보고 싶어하는 섬인 네코지마에서 고양이가 칼에 찔린 모습(?)으로 발견된다. 별일 아닌듯한 사건이었지만 전직 마약 거래상이 벼랑에서 떨어지며 폭주족과 부딪혀 두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의미가 커져간다. 그 두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마침 아내와 함께 휴가차 이 섬에 놀러왔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고마지 형사반장이 사건 해결에 나선다. 하자키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마지 반장이 이번에는 임시파출소에 근무하는 어수룩하고 엉뚱한 나나세 순경과 파트너를 이루어 활약한다. 고양이섬에 놀러온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형사반장과 어수룩하고 엉뚱한 순경. 두 콤비의 성격만 살펴봐도 이 소설이 어떤 분위기인지 느낄 수 있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무겁고 침울한 미스터리도 멋지지만 가끔은 이렇게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미스터리를 읽는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어쩌면 우리 일상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 현실감이 있기도 하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을 놓치지 않고 챙겨봤던 보람이 있다. 다음에는 어떤 소소한 일들로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