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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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교과서에서는 간략하게만 다루고 그마저도 시험에 출제되자 않는다는 이유로 대충 넘어가는 근현대사를 관심있게 살펴봤던건 대학에서였다. 몇 편의 소설을 읽으며 배경이 되는 근현대사에 대해 궁금해졌고 결국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됐다. 책을 읽고는 가슴이 답답해졌던 기억이 남아있다. 굴곡 많았던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도 컸지만 친일파들이 해방 후에도 그대로 요직에 남아 있게된 상황도 갑갑하기 그지 없었다.

 

역사에서 '만일'이란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만나는 동안 '만일 ~했더라면'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여야 했다. 만일 친일파 척결을 말끔히 해냈다면, 만일 여운형 선생이 암살 당하지 않았다면, 만일 남북한이 통일 정부를 수립했더라면, 만일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그런 굴곡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황석영님의 소설이 출간됐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읽고나면 갑갑해질게 분명한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 과연 읽어야 하나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일제시대부터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는 90년대까지의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쁜 얼굴로 모델 활동을 잠시 하다가 고급 룸살롱에서 일했던 박선녀는 그곳에 손님으로 왔던 김진과 내연 관계를 맺으며 부유한 삶을 선택한다. 김진은 일제시대에는 친일활동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정보부에서 일하면서 얻은 정보들로 부를 축적하고 건설업을 시작으로 사업을 벌여 대기업을 일군다. '대성 백화점'도 김진의 것이었고 그곳에 볼 일을 보러 갔던 박선녀는 백화점이 붕괴되면서 건물더미에 파묻힌다.

 

소설은 박선녀와 김진 두 사람 외에 박선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부동산업자 심남수, 박선녀의 사업을 도왔던 폭력배 홍양태, 대성 백화점이 붕괴됐을 때 건물더미에 깔린 박선녀와 근거리에 함께 갇혀있던 매장 점원 임정아의 이야기가 차례로 등장한다. 그네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강남이 형성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해서 주인공들의 인생과 얽히는건 흥미로웠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가 집약적으로 다뤄진게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대하소설처럼 그네들의 삶이 세밀하게 다뤄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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