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의 책소개 문구나 광고 문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책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다.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 코맥 매카시, 데니스 루헤인에 비견될 만한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책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그리 소신있는 사람이 아닌지라 쟁쟁한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며 비견되는 이 책 <아메리칸 러스트>를 모르는척 할 수 없었다. 코맥 매카시의 책을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존 스타인벡이나 데니스 루헤인의 책은 좋아하니까 괜찮을꺼라 위안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철강 산업으로 한때는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가난과 절망이 뒤덮여 있는 펜실베니아의 소도시 부엘.

아이작과 빌리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지낸 친구지만 상반된 성향을 갖고 있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리란 기대를 받았지만 어머니의 자살과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아이작은 부엘에 남는다. 빌리는 고등학교에선 풋볼 선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별다른 직업 없이 어머니와 살고 있다.

 

아이작과 빌리는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위험에 빠진 빌리를 구하기 위해 아이작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직접적인 살인을 저지른건 아이작이지만 원인을 제공한건 빌리였고 그 모호한 사실은 둘 사이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게 된다. 아이작은 이 사건을 계기로 평소에 생각해 왔던 부엘 탈출을 감행하고 빌리는 살인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이 두 친구의 상황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간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아이작과 빌리, 아이작의 아버지 헨리, 아이작의 누나 리, 빌리의 어머니 그레이스, 경찰 서장 해리스.

아이작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과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 대한 걱정, 자신 대신 감옥에 있는 친구 빌리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혈질 빌리는 인생에 대해 진지한 생각이라고는 한 적이 없었지만 감옥에서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 본다.

헨리는 철강 산업의 부흥기에는 열심히 일했지만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어쩌면 쇠락한 부엘의 모습과도 닮아있는 듯하다.

리는 예일대에 입학하며 마을을 떠났지만 아버지를 동생에게 맡겼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레이스는 불행한 결혼으로 자신의 꿈이 좌절되고 아들 빌리까지 불행하게 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레이스를 연민으로 지켜보는 경찰청장 해리스까지....

여섯 명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쇠락한 마을처럼 쇠락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꿈을 꾸고 절망하고 다시 꿈 꾸고 절망하는 그들의 모습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옷자락을 적시듯 마음을 적셔온다.

 

데뷔작이 대작가들과 견주어도 좋다는 찬사를 받고 여러 곳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다는건 굉장한 일이다. 이런 작가의 차기 작품을 기다리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고 하니 아이작과 빌리의 심리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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