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 프랑스 연인과 함께 떠난 2,000시간의 사랑 여행기
정여진 글, 니콜라 주아나르 사진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아프리카.

자연과 가장 가까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것만 같은 그곳을 꿈꾸는 사람이 언젠가부터 많아지고 있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치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저만큼 나가 떨어질것처럼 쌩쌩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 숨막혀 그나마 자연과 가장 닮아 있는 그곳으로 훌쩍 떠나고파 진다. 몇 해 전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겨냥해서 아프리카를 여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계획만 야심찼다. 나의 아프리카 여행은 기약없는 미래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떠나고픈데 떠나지 못할 때는 여행서로 마음을 달래는게 특효다. 직접 경험 할 순 없지만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여행서를 읽다보면 떠나지 못한 서러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에 떠나고 싶어질 때면 공항에 가는 대신 서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다양한 나라를 다루고는 있지만 비슷비슷한 주제의 여행서를 둘러보다 보면 뜻밖의 색다른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라는 제목이 마음을 끈다.

'그와'라는 말, '우연히'라는 말, '아프리카'라는 말....

단어 하나 하나가 생동감있게 내 마음을 두드린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일테고 그와 '아프리카'를 가는데 '우연히'는 또 뭐란 얘기지....

그와 그녀가 우연히 떠난 아프리카 여행을 훔쳐보고픈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가 열여덟이었던 어느날, 인터넷 서점에서 잘못 배달되어 온 책 한권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책을 읽었고 그 속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르튀르 랭보의 전기문이었던 그 책은 그녀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녀는 자신의 문학적인 열망을 온전히 이해해 줄 것만 같은 사람, 랭보가 동시대 사람이 아님을 절망했다.

 

그녀에게 찾아온 두 번째 운명은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던 겨울에 찾아왔다. 그녀가 랭보의 기일에 랭보에 관해 적은 글과 놀라우리만치 똑같은 프로필을 인터넷 펜팔 사이트에 올려놓은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연히 운명같은 사람을 만난 그녀와 그는 머나먼 한국과 프랑스에 떨어져 있었으나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이 책은 여행기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여행서'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느 나라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여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라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지내면서 떠오르는 사색들을 담아 놓은것 같다.

 

그녀의 글들을 읽으며 나의 20대를 떠올렸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열정을 마음에 품고 있었을까....

나는 그녀처럼 열정적이지도 능동적이지도 않았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그녀를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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