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은 내 인생에도 방향을 짚어주는 화살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 수많은 밤을 고민하고 결정을 내린 후에 포기한 길에 대한 미련이 짙게 남을때면 어느 길이 옳은 길이었는지 누군가 가르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지 않은 길로 인도해주는 화살표가 있어 화살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묵묵히 걷고만 싶은 안일한 마음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옳은 길이라는게 따로 존재하지 않겠지만......

 

서영은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에 눈길이 간 이유도 그런 까닭이었다. '노란 화살표'라는게 인생의 방향을 짚어주는 화살표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기'라는 부제를 눈여겨 보지도 않고 내멋대로 지레짐작 했고 '노란 화살표'에 대한 나의 착각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노란 화살표'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길에 표시되어 있는 이정표 같은 것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선 많은 사람들을 위한 표식.....

그 사실을 알고 처음엔 '겨우 그거였어?' 싶은 마음이었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런 단순한 의미만을 지닌건 아니로구나 싶었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서서히 변해가는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내 마음도 조금씩 경건해지는 느낌이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노란 화살표'를 알아차렸을텐데 종교가 없는 내게 '노란 화살표'는 낯선것이었다. 이 책이 순례기라는걸 알고는 종교가 없는 내가 읽기에 많이 버겁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책의 일정부분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긴 했지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삶에 대한 고찰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서영은'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얼핏 작가 김동리의 부인이었다는건 알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은적도 없었고 그녀에 대한 더이상의 깊은 배경지식도 전무했다. 이 책의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궁금해져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녀와 김동리에 대한 이런저런 떠도는 이야기들을 보고나니 그녀의 작품은 읽어보지도 않고 사생활을 먼저 궁금해 한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나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싫었을까....

 

가까운 도서관에서 그녀의 책을 한 권 빌려왔다. 단지 그녀의 작품보다는 사생활에 관심을 가졌던 미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만난 그녀의 문장들이 내 마음을 끌었던 이유가 더 크다. 이 에세이의 문장들과는 어떻게 닮아있고 어떻게 다를지 어서 만나보고 싶다. 그녀가 내 마음 속에서 '김동리의 아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작가 서영은'으로 자리잡는 시간이 될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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