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머니,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나랑 같이 죽자! 애들 고생 그만 시키고, 나랑 같이 죽자! 어머니이...."(P274)

 

오래 전에 봤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었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엄마가 자신이 평소 살뜰히 보살피던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숨을 끊으려 이불로 뒤집어 씌우며 절규하는 장면이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돌봐줄 이가 없을테고 남아있는 가족에게 짐이 될게 뻔한 시어머니를 자신의 저승길에 동행하려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많이 울었던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책으로 읽으면서 또 한번 눈시울을 적신다.

 

이 책을 읽으며 커피숍에서, 버스에서 눈물을 주체하느라 힘들었다. 눈물이 고이면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창밖을 한동안 쳐다보거나 눈물이 아닌척 휴지로 훔쳐내야 했다. 무엇이 그리 나를 눈물나게 한걸까. 책 속의 엄마의 모습과 내 엄마의 모습이 그다지 닮진 않았음에도 그 모습에서 내 엄마를 떠올렸나보다. 내 엄마와의 이별을.....

 

내 엄마와의 이별.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과연 내가 엄마 없는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을까. 세상에 엄마와 애착하지 않는 자식이 있을까마는 가끔은 내가 엄마 품을 떠나기 싫어하는 캥거루 새끼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나는 엄마에게 의지한다. 친구의 '마마걸'이라는 놀림에 분개하기는 커녕 수긍하는 편이니까....

 

이 책의 작가 노희경은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첫머리에 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나 소설 말미에 써놓은 '노희경이 쓴 엄마 이야기'를 읽으면 그녀의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엄마가 내 곁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가신 뒤에 땅을 치고 후회말고 계실때 잘해드려야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반성해야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피고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엄마에게 어느날 손쓸 수 없는 자궁암 말기 판정이 내려진다. 의사인 남편은 그동안 자신이 아내에게 소홀했음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저 새로 지은 집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꿈을 꾸던 아내를 위해 새집을 단장하는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가족들은 엄마가 떠나게 되자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컸었는지, 엄마와 보내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가족에게 헌신했던 엄마 덕분에 자신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게 됐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엄마 몰래 아버지가 꾸민 새집에서 엄마는 아빠와 처음이자 마지막 하루를 행복하게 보낸다.

 

어쩌면 진부한 얘기일수도 있는데, 그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를 읽으며 어김없이 훌쩍거리고 만다. 진부하고 뻔한 스토리를 그렇지 않게 만드는게 좋은 작가의 힘이 아닐까. 억지로 쥐어짜는 눈물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썩 괜찮은 소설이었다.

 

평소 드라마를 잘 보지 않지만 노희경작가와 인정옥 작가의 드라마는 챙겨보는 편이다. 얽히고 설킨 러브스토리를 싫어해서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데 노희경 작가의 사람 내음 물씬 나는 드라마는 마음을 잡아 끈다.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친구, 내 이웃의 이야기 같은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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