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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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부모님은 우리 삼남매를 데리고 계곡으로 강가로 휴가를 가곤 했었다. 텐트를 가지고 가서 밥도 해먹었으니 '캠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계곡물에서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실컷 놀다 밥먹으라는 엄마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가 온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밥을 먹던 기억,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질듯 떠있던 별들, 좁은 텐트 안에서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붙어서 자던 일들이 이젠 모두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먹었던 따끈한 라면, 물가에서 아빠가 잡은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 수제비, 뜨겁게 달군 돌 위에서 구워먹던 고기의 맛이 아련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 추억이 있어서일까 언제부턴가 캠핑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여기저기서 캠핑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오고 캠핑장비 또한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편리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들을 들고 자연과 가장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캠핑의 매력에 빠지고 싶었다.

 

자연과 나 사이에 얇은 텐트 천만이 존재하는 그런 시간은 값비싼 호텔 스위트룸에서도 느낄 수 없는, 캠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일거다. 캠핑을 하면서 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얼마나 초롱초롱할지, 이른 새벽 물안개 가득한 풍경은 또 얼마나 신비로울지, 텐트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얼마나 좋을지, 눈이 뒤덮인 곳에서의 캠핑은 또 얼마나 신이 날지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니 캠핑에 대한 열망은 점점 커져만 간다.

 

캠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캠핑에 관한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국내 캠핑장에 대한 길잡이 책, 캠핑 장비에 관한 책, 국내외 캠핑을 두루 다닌 사람들의 체험기, 캠핑 요리에 관련된 책.... 이 책도 <캠핑폐인>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됐다. 과연 캠핑폐인이라 자처하는 사람은은 어떤 캠핑을 할지, 캠핑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캠핑에 대한 실용서가 아니다. '포토 에세이'라는 부제에 맞게 '캠핑'에 관련한 에세이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캠핑지에서 찍은 사진들과 에세이가 실려있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캠핑의 매력에 빠져 있는지 느낄 수 있고 <캠핑폐인>이란 제목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여행을 하며 느낀 공허감을 가족의 곁으로 오는 것으로 다잡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20년을 함께 지낸 텐트에 대한 애착, 더치 오븐에 관한 단상, 캠핑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먼저 떠나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같이 캠핑장에 있는듯하다. 아니, 어쩌면 캠핑하고 싶은 열망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장비만을 챙겨서 나무들이 울창하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런 곳에서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나무 냄새 맡으며 책을 읽는 그런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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