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90년대 학번인 내게 학생운동은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었지만 중학생 때만해도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데모를 하게 되는줄 알았었다. 가끔은 부모님께 대학에 가도 데모를 하면 안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80년대 시절은 그만큼 어수선했다. 어린 학생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다치고 죽어갔던 그 시절의 힘겨움을 내가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시국이 어수선한 요즘엔 시간이 10년은 거꾸로 흐른 듯하긴하지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거나(흠... 요즘에도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하더라ㅠㅠ), 고문사건들, 사회 지도인사들의 의문사 사건, 민주화를 외치며 학생운동을 하다 죽음을 당한 사람들... 그동안 책에서 만난 7,80년대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 책 <테헤란의 지붕> 속에서 그 시절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란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이란의 얘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테헤란의 중산층 마을에서 살고있는 열일곱 파샤는 단짝친구인 아메드와 지붕 위에서 별을 보며 잠들곤 한다. 테헤란에선 여름에 지붕에서 잠을 자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해마다 지붕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많다며 만류하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파샤와 아메드는 지붕 위에서 만나 별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별을 찾는다.

 

아메드와 아메드의 여자친구 파히드, 파샤는 자리의 집에서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추억을 쌓는다. 파샤는 자리를 남몰래 짝사랑 했지만 자리는 동네에서 신망받는 '닥터'의 약혼자였고 파샤 역시 '닥터'를 좋아하기에 그 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행복한 여름을 보낸 뒤 어느날, 지붕 위에 있던 파샤는 '닥터'가 비밀경찰에게 잡혀가는걸 목격한다.

 

70년대 이란은 비밀경찰이 사람을 함부로 잡아가서 고문을 하고 죽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닥터'가 그런 죽음을 당하게 된다.

기억을 잃고 정신병원에서 괴로워하는 파샤. 그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는 어떤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던걸까.

'닥터'의 죽음과 그 뒤에 벌어진 일들은 열일곱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일들이었다. 기억의 퍼즐들이 맞춰지면서 파샤는 고통스러워하지만 현실을 이겨내려 애쓴다.

 

열일곱 소년 파샤의 고통이 내게도 전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던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처음 만났던 이란 성장소설이었지만 우리의 시대상황과 유사해서인지 낯설지가 않았고 파샤에게 감정몰입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다시는 파샤와 자리, 닥터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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