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따로 떨어진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으스스한 사건들. 이런 류의 미스테리 소설들을 좋아하는 내게 <9월의 빛>은 놓칠 수 없는 소설이었다. 더군다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전작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있던터라 망설임없이 이 책을 선택하고 읽어내려갔다. 남편 아르망 소벨의 죽음으로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된 시몬 부인은 지인의 소개로 노르망디 해안의 대저택 '크래븐무어'에 일자리를 마련한다. 도착한 첫날, 큰 딸 이레네와 아들 도리안과 함께 대저택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고 그곳의 주인인 라자루스 얀을 만난다. 장난감 제작자인 라자루스의 대저택은 온갖 기기묘묘한 장난감들로 가득하다. 대저택에는 라자루스와 병으로 오랜세월동안 침대에만 누워있다는 그의 아내, 그리고 수다쟁이 요리사 한나가 살고있다. 아내가 있는 방에는 출입하면 안되고 특정한 사람이 보내온 편지는 절대로 개봉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져와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일은 고되지 않았고 라자루스에게 고용된 이후로 소벨 가족은 모처럼 편안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한다. 이레네와 같은 또래라 친하게 지내던 한나는 사촌 이스마엘을 이레네에게 소개하고 이레네와 이스마엘은 서로에게 이끌린다. 둘의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던 어느 날, 대저택에서 잠을 자던 한나가 숲 속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 사건을 시작으로 소벨 가족들도 겉잡을 수 없는 무서운 일에 휘말리게 된다. <바람의 그림자>, <천사의 게임>에 이어 <9월의 빛>까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을 세번째로 만났다. 우리 나라에 출간된 작품이 셋이니까 국내출간된 사폰의 책을 다 읽은 셈이다. 어떤 작가의 책을 두 편 이상 읽는다는건 그 작가의 작품이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폰의 책 역시 내 마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었다. 단순한 미스테리가 아니라 지성미가 물씬 풍기는 잘 짜여진 소설이라는 느낌이 그런 매력 중 하나였다. 국내 발간 순서는 세번째 작품이지만 이 책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처녀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존의 읽었던 그의 책들 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야기에 빨려들게 만드는 흡인력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싶다.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이 좋았던만큼 아직은 그의 다른 책의 출간을 기대하는 마음이 더 앞선다. 다음 책에서는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