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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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이 허풍스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유난히 '허풍'이란 단어에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허풍스러운 사람과는 가급적 어울리지 않으려하고 피할 수 없는 자리라 머물러야 할 때는 허풍을 들어주기가 괴롭기 한이 없었다. 거짓으로 부풀리는 사람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솔직 담백하게 드러내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나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거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좋은 '허풍'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사람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주는 순기능도 있다. 허풍떠는 사람을 싫어한다고만 생각한 나도 허풍스러운, 또는 상상력이 풍부한 우스개소리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허풍'과 '상상력'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과연 어디까지를 '허풍'이라 하고 어디서부터를 풍부한 '상상력'이라고 해야할까. 그 기준은 규정짓는 사람마다 다를테니 허풍과 상상력은 경계가 모호하기만 하다. 결국 듣는 나의 기분이 언짢아 지는 선이 허풍과 상상력의 경계라고 멋대로 결론지어 버렸다. 그리고 '허풍'이 마냥 나쁘기만 한건 아니라는 결론도....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을 읽으면서도 허풍과 상상력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봤다. 뮌히하우젠을 허풍쟁이라고 불러야할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 불러야할지....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그의 이야기가 전해지는걸 보면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좋은 허풍'을 떠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닐까싶다.

 

이 책의 주인공 뮌히하우젠 남작은 18세기 독일에 실존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던 뮌히하우젠 남작의 캐릭터를 차용하긴 했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실존인물 뮌히하우젠 남작과는 그다지 개연성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터무니 없는 사냥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담가로 명성을 날렸던 뮌히하우젠 남작이 없었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않았을거다.

 

눈에 뒤덮인 마을인줄 모르고 말을 매어놓고 잠들었는데 밤 사이 눈이 녹아 말이 교회지붕 위에 있었다는 이야기, 버찌씨를 총알로 사용해 사슴을 맞혔으나 놓치고 말았는데 몇 년 후에 이마에 버찌나무가 자란 사슴을 사냥해서 주렁주렁 열린 버찌도 먹고 사슴고기도 먹었다는 이야기, 사냥총 공이치기에 달린 부싯돌이 없어 자기 눈을 힘껏 쳐 생긴 불꽃으로 총을 발사했다는 이야기....

 

에피소드들이 어이없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해서 혼자 픽픽거리며 책을 읽었다. 오랜 세월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허풍'과 '상상력'의 경계를 넘는 뮌히하우젠 남작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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