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들의 삶을 만나다

가난한 이의 살림집 -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
노익상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가난한 이의 살림집>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하고 떠올린 건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 쪽방이었다. 겨우 한 몸 뉘일만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 전까지 내가 생각했던 '가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큼 남루했던 쪽방의 삶이 오랜동안 머릿속을 어지럽혔었다.

 

우리 사회의 복지가 이 정도 수준이구나....

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쩌다 그런 곳에서 살게 되었을까...

어떤 사연들로 저리도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걸까...

 

쪽방에서의 삶을 처음 본 후에 가졌던 물음들은 점차 잊혀졌지만 이 책의 제목을 듣는 순간 다시금 떠올랐다. 어쩌면 이 책 속에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들어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가난한 이들의 살림집을 들여다 보면 그네들의 삶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집어 들었다.

 

10년에 걸친 취재와 5년에 걸친 집필로 완성되었다는 이 책은 가난한 이들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난해서 무리에 끼지 못하고 외따로 떨어져 살아야했던 사람들, 가난하다는 이유로 강제로 흩어지거나 강제로 모여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을 읽고 있는 내 마음까지 아리게 만들었다. 그들 곁에서 함께 머물며 이야기를 들었던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름도 생소한 외주물집, 독가촌, 차부집, 막살이집, 미관주택, 문화주택 등 살림집들을 돌아보다 보니 그네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진다. 농사를 기본으로 하는 촌락의 단위에도 끼지 못하고 마을의 입구나 길가에 외따로 지어져 따돌림 아닌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는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예전의 시골 마을에서는 모두들 오손도손 살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곳에서도 내쳐지는 일이 있었다는게 놀라웠다.

 

이 책을 읽자니 '뉴타운'이 떠오른다. 뉴타운이 지어지면 너도 나도 모두 부자가 될거라 기대를 가지지만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에 다시 살게되는 원주민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입주금액이 엄청나서 입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울의 외곽이나 지방으로 내쫓기듯 삶의 터전을 떠나고 만다. 결국 뉴타운의 아파트를 차지하는 사람은 투기꾼들이나 부유한 사람들 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취재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떠밀리듯 외곽으로, 구석으로 떠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가슴 아프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에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된게 없어 보이고 앞으로 강산이 몇 번 변한 후에도 가난한 이들은 쫓기듯 떠돌아야 할까봐 염려스럽기만 하다. 부디 지금의 모습과는 달라지기를, 가난하던 아니던 모두들 살고픈 곳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