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파이어 세트 - 전2권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어려서는 '죽음'이란 것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었다. 주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만난적이 없어선지, 아니면 그 또래의 아이들은 다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죽음'은 관계없다고 믿었었다. 나는 차에 부딪혀도 다치지도 않고 죽지도 않을거라 굳게 믿었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첫 경험은 할머니와의 이별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스무 일곱 해를 함께 살아 각별했던 할머니와의 이별은 내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는 사건이었다. 연세도 있으셨고 병원에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란 말을 들은터라 각오는 했다지만 막상 닥친 할머니와의 이별은 힘들고 슬프고 허전했다.

 

성인이 된 후에, 마음의 준비를 했던 이별임에도 그토록 상실감이 컸었는데 어린 소녀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친 이별은 얼마나 황망할것이며, 얼마나 슬플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 책 <프로즌 파이어>의 주인공 더스티가 그런 슬픈 일을 겪는다.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는 오빠를 잃고, 오빠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겨를도 없이 엄마와도 이별 해야 했다.

 

오빠 조쉬의 갑작스러운 가출과 그 충격으로 인해 신경쇠약에 걸린 엄마의 가출, 여린 아빠의 실직까지... 어린 소녀 더스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오빠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더스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소년은 더스티에게 자신을 조쉬라고 부르라고 한다. 게다가 조쉬가 더스티에게 했던 말들을 하는 등 더스티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다.

 

더스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이 오빠 조쉬에 대해 무언가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소년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소년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마을에 돌면서 더스티는 따돌림을 당하고, 소년을 쫓는 험악한 남자들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지만 오빠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년에게 매달린다. 온 몸이 하얗게 빛나는 그 소년의 정체는 무엇이고, 더스티를 기다리고 있는 엄청난 진실은 무엇일까...

 

성장소설의 대가 팀 보울러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의외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스터리한 소년의 정체가 궁금하기 보다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 속의 이야기에도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아 온 작가라도 나와 안맞을 수 있지만 이 한 편의 책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으니 다른 책도 한 권 읽어 본 후에 팀 보울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다른 것은 모두 차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당당히 마주하고 서서 마음의 키를 훌쩍 키우는 더스티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피하고만 싶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봉인 해버린 진실이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지나 않은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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