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 진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파랑'은 '젊음'을 떠올리게 한다. 젊음의 또다른 말인 '청춘'에도 푸르다는 뜻의 한자가 쓰이는걸 보면 '파랑'과 '젊음'은 뗄 수 없는 관계인가보다. 파랑은 풋풋하고 파릇파릇함, 아직은 덜 여문 무언가가 떠오른다. 그런 '파랑'이 진다는건 나이들어감, 더이상 풋풋하지 않고 서툴지 않음을 뜻하는 듯해서 더이상 파랗다고 할 수 없는 내 나이가 떠올라 어쩐지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이 아련해온다.

 

일본소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미스터리와 성장소설이다. 일본 미스터리는 어지간한 책들은 거의 읽었다고 할 정도로 좋아하고 일본 성장소설도 제법 읽었다. 내가 읽은 일본 성장소설은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 이유를 내 나름대로 유추해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활동과 학업이 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운동부 활동은 취미가 아니라 진로를 결정하는 일인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는 진로와 상관없이 특별활동처럼 육상부나 야구부, 다이빙, 테니스 등을 할 수 있고 그런 학생들을 위한 대회도 마련되어 있어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는것 같다. 그러니 일본 학생들과 스포츠는 성장소설에 빠질 수 없는 소재일 수 밖에.... 일본 성장소설에서는 스포츠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 모습을 보는게 좋아서 성장소설에 빠져들었다.

 

이 책 <파랑이 진다>에도 테니스부가 등장한다고 해서 기존에 읽었던 다른 성장소설들과 비슷할거란 생각을 했다. 테니스가 소설의 주요부분을 차지하고 대회에 도전하며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거라 짐작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대학 테니스부 학생들의 이야기다 보니 테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큰 부분을 차지 하지 않고 그네들의 일상이 그저 담담하게 펼쳐질 뿐이다.

 

신설된 대학교의 사무실 앞에서 등록하는걸 주저하던 료헤이는 마음을 뒤흔든 여학생, 나쓰코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따라 입학 등록을 해버린다. 테니스부를 만들고 싶어하는 가네코에게 고등학교 시절에 잠시 테니스를 했다는 이유로 붙잡히고 료헤이는 그만두겠다고 툴툴대면서도 가네코와 둘이 아무것도 없는 운동장에 테니스 코트를 만든다. 료헤이와 료헤이를 둘러싼 친구들, 가네코, 안자이, 나쓰코, 유코와 구다니.... 그들의 파란 이야기가 푸른 바다처럼 펼쳐진다.

 

80년 대에 쓰여진 이 책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소설이라고 한다. 하늘에 노을이 천천히 물들어 가듯 료헤이의 파란 마음이 변해가는 것도 눈치챌 수 없을만큼 천천히 이루어진다. 내가 어느날 갑자기 나의 '파랑'을 잃어버린게 아니듯.... 나의 '파랑'은 언제 져버렸는지, 아직은 파랑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다는 이런 저런 생각들로 책장을 덮는 마음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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