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한 히가시노 게이고

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기본은 보장된다는 믿음이 있다. 별 다섯개 짜리 소설들이 즐비하진 않지지만 별 네개 아래로 내려가는 책은 없다는 그런 믿음. 어느 책을 집어들더라도 재미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이 있어 이 책을 선택하는데도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게다가 히가시노의 한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출간된 초기작품이니 풋풋한 맛도 있을듯하고 최근 그의 작품과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교통경찰의 밤>은 교통사고와 관련한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제목을 보면 교통경찰의 대단한 활약상이 펼쳐질것 같지만 교통경찰은 조연일뿐이다. 주된 이야기는 교통사고와 관련해서 일어날법한 사건들인데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이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럴수 있겠구나 하는데서 멈추지않고 큰반전은 아니지만 뒤통수를 살짝 치는 반전들도 만날 수 있다.

 

6편의 이야기를 살펴보자면 <천사의 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의 뛰어난 청력으로 교통사고의 가해자로 몰린 오빠의 누명을 벗기는 내용인데 딱 들어맞는 트릭들을 구사하는 히가시노의 능력을 느끼게 해준다. <분리대>는 법률로는 제재할 수 없는 숨은 가해자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민해 보게 만들었다. 법률이 제재할 수 없는 가해자를 어떻게 해야할까...

 

<위험한 초보운전>는 초보운전자들을 위협하고 무시하는 사람에게,  <불법주차>는 남들도 다하는 불법주차인데 어떠랴 하면서 불법주차하는 사람에에, <버리지 마세요>는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거울 속으로>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순순히 자백하는 가해자의 숨겨진 내막을 찾아내는 내용이다.

 

책의 뒤편에 실린 후기를 읽어보니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어떤 작품도 팔리지 않고 찬사도 받지 못하던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자동차를 떠올렸고 자동차부품 회사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이 작품들을 써서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있던 분야를 선택한게 좋은 작품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작가의 힘을 독자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끌어내는가에 있다고 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좋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만 보더라도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운전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별 다섯개를 줄 순 없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믿음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