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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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하면 긴 머리, 마른 몸, 주름진 얼굴의 해맑은 웃음이 떠오른다.

기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탓인지 그의 모습이 예전에도 지금과 같았을거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월을 빗겨간듯한 그의 맑은 웃음은 일신의 안녕을 위해 몸을 사리는 사람들과 달리 세상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맑은 정신에서 우러나는게 아닌가 싶다. 그의 맑은 마음을 만날 수 있어 그의 글을 자주 접하기에 <사부님 싸부님>이 새롭게 출간됐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했다.

 

지금도 변함없이 이상을 추구하고 맑디 맑은 웃음을 짓는 그의 마음처럼 이 책 <사부님 싸부님>도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20년도 훨씬 전에 냈던 책이지만 현대의 사람들에게 비추어봐도 꼭 들어맞는다는게 놀랍다. 이 책이 20여년 전에 출간됐었던 책이란걸 미리 알고있지 않았다면 아마 이외수씨의 새책이라고 믿었을거다. 1983년과 2010년은 경제적으로는 많이 달라졌을지 몰라도 혼란스러운 인간의 마음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나보다.

 

두 권으로 된 우화집 <사부님 싸부님>에는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바다'라는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올챙이가 등장한다. 보통의 올챙이와는 모습이 다른 하얀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기를 거부하고 올챙이의 모습으로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를 '싸부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또 다른 올챙이 한마리도 등장한다. 둘이 함께 바다를 찾아 떠나는 길에서 만나는 인연들과의 짤막한 이야기와 달이 뜨는 밤에 둘이 나누는 철학적인 문답도 엿들을 수 있다. 가끔씩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이외수식의 유머를 만날 수 있는것도 반갑다.

 

글보다는 여백이 훨씬 많은 이 책이 글밥으로 가득한 책 못지않게 생각할거리를 내게 던져준다. 올챙이의 고민과 사유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과연 올챙이만큼 사유하면서 살고 있나 되짚어보게 하고 그저 내 마음의 욕심만을 찾아 헤매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하게 만든다. 올챙이가 찾아 헤매는 이상향이 '바다'라면 나는 어떤 이상향을 꿈꾸고 향해가고 있나 고민하게 만드는 짧지만 간단히 읽을 수 없는 묵직한 책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읽는 이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책이 명작이라고 한다면 이 책 또한 명작이라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2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이 책이 2010년을 살아가는 내게도 마음의 울림을 주니까 말이다. 나도 하얀 올챙이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인생의싸부님을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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