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틀림'과 '다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살짜쿵 충격을 받았었다. 바른 우리말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틀리다'라는 말이 '다르다'라는 말과 구분하지 않고 잘못 쓰는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때까지도 별 생각없이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하지 않고 마구 썼던 내게 그 단어들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틀리다'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무언가 옳지 않은것, 잘못 된 것이라는 뉘앙스가 풍기는데 '다르다'라는 말은 그저 같지 않음을 뜻할 뿐이다. '나는 너와 틀려'라는 말을 나는 얼마나 많이 썼었는지... 그 속에는 혹시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마음이 들어있었던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다름'에 대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직은 유연성이 많이 부족한 경직된 사회문화가 퍼져있다고 생각한다. 고르게 자란 풀들 중에서 유독 웃자란 풀을 가위로 댕강 잘라버리듯 남'다른' 것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싹을 짓밟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획일화된, 규격화된 것들이 옳고 '다른'것은 '틀린'것이라 생각하고 있는것 같아 아쉽고 나또한 그런 사고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조심하려고 한다.

 

<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라는 제목은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모든것을 '빨리' 이루어야 하고 '남만큼' '남들처럼'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느려도 좋고 달라도 좋다는 말은 얼마나 희귀하고 소중한 말인지... 게다가 저자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쓴 선현경님이라고 하니, 제목에 이끌리고 '선현경'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가끔씩은 불안해하는 엄마, 아이를 아이만으로 대하지 않고 또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해서 게임 할 땐 치열하게 승부를 벌이는 아빠, 다른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모두 학원에 가는데 자신은 집으로 바로 올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귀여운 딸, 그리고 고양이들.

 

조금은 남다른, 그러나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남들과는 다르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현경, 이우일 부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즐거운 책이다. 만화와 글이 적절히 섞여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리라, 자신이 행복한 일을 찾게 하리라 예전부터 다짐했지만 실제로 아이가 생기면 과연 그럴 용기가 있을까 모르겠다. 느려도 좋고 달라도 좋다고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는 그런 '남다른'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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