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찬바람의 향기가 온몸을 감싸고 흰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을 좋아해서 눈이 많기로 유명한 훗카이도와 겨울이 긴 스칸디나비아를 동경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멀고도 먼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기회가 되는대로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가끔씩 서점에 등장하는 북유럽 여행서들을 놓치지 않고 읽어보고 그곳의 사진들을 보고 또 보면서 대리만족 하고 있다.

 

몇 년 전 북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엄마를 붙잡고 그곳 얘기를 한참동안 물어보기도 하고 찍어온 사진들을 보면서 질문세례를 퍼부었었다. 가 본 나라들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엄마에게 물었더니 핀란드와 스웨덴을 꼽았었다. 그때부터였다. 스칸디나비아 중에서도 스웨덴에 대한 꿈을 모락모락 키웠던건....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은 여행서가 아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현대 유럽 역사를 2년간 공부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국적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터키, 미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으로 다양한데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그들의 서로 다른, 때로는 같은 이야기들은 매력적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공부하다보면 국제적인 감각과 낯선 문화에 대한 포용성이 절로 길러지지 않을까 싶다.

 

40대의 적지않은 나이에 20년쯤 나이 차이가 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저자의 모습은 멋져보인다. 사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런 나이차를 짐작했을 뿐 책을 읽는 동안은 그런 나이차를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꼭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열려있다는 스웨덴의 대학에선 나이나 국적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닐테니까. 평생을 공부하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사회적인분위기와 기반이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우리나라 아이들이 많이 입양되어 있는 나라,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나라, 백야... 이런 단편적인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지만 명확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겨울이 길고 겨울 밤이 길다는 얘기에 겨울과 깜깜한 밤을 좋아하는 나는 가급적 겨울에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교육 시스템이 좋다던데 그곳에 살면 어떨까 하는 공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런 저런 막연한 생각들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이 책으로 말끔하게 정리된 듯하다. 스웨덴을 그저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라고 결론짓기 보다는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약자가 보호받고 양성이 평등한 성숙한 나라라는 평이 어울린다. 다수의 의견만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맹신으로 소수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편협함이 자리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라온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스웨덴의 성숙함이 부러웠다.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힘 없고 소수인 사람들도 모두 끌어안아야 하는게 진정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약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라고 있는 스웨덴의 아이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그들의 유연하고 균형잡힌 시각들을 만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