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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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집'을 떠올리면 어린시절 살았던 한옥집이 먼저 생각난다. 어릴때라 기억나는게 많지는 않지만 나무 마루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았던 일, 뒷마당에 열린 딸기를 따먹었던 일, ㅁ자로 된 집 가운데 마당에서 언니랑 놀았던 일, 마당에 뿌려지던 빗줄기에 풍겨오던 흙냄새 등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았던 아파트보다 짧은 세월을 살았던, 그나마도 어린시절이었던 한옥에서의 기억들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있고 한옥에 대한 관심도 있어서 책을 뒤적이거나 고궁, 고택을 둘러보기를 즐겨했다. '북촌'의 한옥들도 종종 보러가기도 했었기에 <북촌 탐닉>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여간 반갑지 않았다. 오래된 기와들과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묵직한 대문, 걸터 앉아 책을 읽고픈 작은 마루... 그런 한옥들의 정겨움을 만날 수 있을것 같아 책을 집은 마음은 설레었다.

 

내게 한옥은 마음 따뜻해 지는 공간이고 북촌은 그런 한옥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은 북촌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는 북촌이 좋아 10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10년 북촌 지킴이답게 북촌의 구석구석을 손바닥처럼 꿰고 있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북촌에 관한 저자의 감상들이 실려있고 2부는 북촌을 길들을 따라 안내해 주고있다. 3부는 보너스 같은 코너로 시장, 극장, 일본대사관 등 북촌의 주변을 소개하고 있다.

 

북촌 길들을 소개하는 2부에는 길들의 지도가 그려져 있어 북촌 탐험하기에 유용하다 싶다. 책을 좀 미리 뒤적였으면 좋았으련만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읽기를 좋아하는 취향탓에 지도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잠시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북촌 전체 지도 또한 맨 뒤에 실려 있어 북촌의 전체적인 지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나는 이 지도 또한 뒤늦게 발견하고 아쉬워했지만. 지도들을 들춰보면서 책을 다시 한번 훑어보니 훨씬 더 흥미롭고 기억에도 남는다.

 

개발이란 명목하에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골목길들을 북촌에서는 아직 만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책의 곳곳에서 북촌 개발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데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얼마전 찾아갔던 감고당길, 삼청동길은 수많은 사람들과 가게들로 인해 고즈넉한 멋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나같은 사람도 그런 변화에 일조를 했겠지만 아쉬운건 아쉬운거다.

 

부수어 없애지 않고,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다면 한낱 관광객에 불과한 사람의 욕심이려나... 가장 좋은 길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발하는거겠지만 그러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타산이 안맞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긴 세월을 두고 생각한다면 억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일일텐데 안타깝기만하다. 그래도 아직은 북촌의 구석구석에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골목들이 많다는게 내게는 고마운 일이다. <북촌 탐닉>을 들고 북촌의 골목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북촌을 탐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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